[단독-2014 국정감사] 군인공제회는 퇴직군인 ‘낙하산부대’

입력 2014-10-08 04:39

최근 4년간 6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군인공제회가 사실상 군 고위 간부들의 낙하산 통로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성급은 물론 영관급 장교와 국방부 군무원 등이 퇴직 후 상당수 공제회 요직에 취업했고, 일부는 공제회 산하기관으로까지 재취업한 사실이 밝혀졌다.

◇군피아 낙하산…군인공제회 이어 산하기관까지 줄줄이=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7일 2010년 이후 5년간 군인공제회 본부장급 이상 승진 및 채용자 22명 가운데 12명이 국방부 및 군 출신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군인공제회가 같은 기간 채용한 외부 인사 17명 가운데 70%에 해당한다. 군인공제회는 이사장에 2009년 전역한 예비역 육군 중장을, 회원관리이사에는 예비역 육군 소장과 준장을 각각 채용했다. 또 육군 예비역 대령 3명과 해군 예비역 대령 2명, 공군 예비역 대령 2명은 각각 본부장과 감사실장으로 취업했다. 국방부 출신 군무원 2명에게도 감사 자리를 내줬다. 반면 군인공제회 내부 인사의 승진은 5명에 불과했다.

군인공제회 산하기관도 낙하산 천국이었다. 군인공제회가 제출한 ‘산하·직영사업체 주요 직위자 현황’에 따르면 8개 사업체 임원 18명 가운데 3분의 2는 군 또는 군인공제회 출신이었다. 또 8개 사업체의 대표이사 가운데 6명은 육·해·공군 장성 출신이었다. 아울러 군인공제회 출신 인사 6명은 산하기관 임원으로 재취업하기도 했다.

특히 군 간부 4명은 전역 후 군인공제회를 거쳐 공제회 산하기관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연속 2차 낙하’에 성공하기도 했다. 육군 A준장의 경우 2012년 군인공제회 회원관리이사로 취업했다가 다시 산하 사업체 대표이사로 재취업했다. 육군 B소령과 C대령, 공군 D중령도 전역 후 각각 군인공제회를 거쳐 산하 기업의 감사와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군인공제회, 자산운용 실패 및 회원 탈퇴 도미노에 신음=문제는 군인공제회가 최근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기순이익이 2012년 350억원 흑자로 반짝 전환했던 것을 제외하면 2010년(-2428억원) 2011년(-3536억원) 2013년(-548억원) 등 모두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0∼2013년 총 손실은 6162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자산운용 실패는 2004년 4138억원이었던 이익상여금을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인 1373억원으로 급감시켰다. 군인공제회의 자산운용 실패는 회원 탈퇴 도미노로 이어지고 있다. 탈퇴 회원 수는 2010년 1만8751명에서 지난해 2만628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다시 군인공제회 자산 확보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탈퇴 회원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규 가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안 의원은 전문성이 결여된 군 출신 인사를 주요 보직에 영입한 것을 자산운용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군과 군인공제회 출신 인사들이 산하기관 요직에 포진해 사실상 상급기관의 정밀한 감사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안 의원은 “군에서 공제회로, 공제회에서 다시 산하·직영 사업체로 이어지는 ‘돌려막기식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