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7일 재벌 총수 가석방과 사면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박 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기업 총수 사면은) 정치적 결단의 문제이지만, 사법부로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앞서 질의 응답과정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기업인 사면 관련 발언이 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게 아니냐는 고민을 하게 된다”며 “재벌 총수 사면은 돈과 법적 정의를 바꾸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사면권 남용에 대해 사법부는 부정적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함부로 남용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앞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인 사면을) 차단할 필요가 없지 않나”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일각에서는 기업인 사면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부의 기존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은 정권 눈치 보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은 1심 재판장을 비난한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를 중징계해야 한다고 맞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정치개입은 했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1심 논리는 ‘가슴을 콕 찔렀을 뿐 성추행은 아니다’는 주장처럼 어처구니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전해철 의원은 “1심은 국정원 활동이 ‘공직선거법 86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여지를 두면서도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은 김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에 주력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제 법관들이 판결할 때 동료 법관으로부터의 독립도 생각해야 할 판”이라며 “김 부장판사를 중징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김 부장판사의 글에 대해 “용기 있는 발언”이라며 “징계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박 처장은 “(김 부장판사의 글은) 몹시 부적절한 인신공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수원지법은 앞서 ‘법치주의가 죽었다’며 원 전 원장 1심 판결을 공개 비판한 김 부장판사에 대해 지난달 26일 징계를 청구했다.
여야 의원들은 대법원이 추진 중인 상고법원 설립에 대해서는 “하급심 강화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은 “하급심이 제 역할을 못해서 상고 사건이 급증한 것”이라며 “상고법원 설립보다 하급심 강화 대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법원행정처장 “기업 총수 사면 신중해야”
입력 2014-10-08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