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모럴 해저드] LH, 빚 줄이랬더니 서민용 임대주택 사업 줄여

입력 2014-10-08 02:28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가 열린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 본사에서 이 회사 노동조합원들이 “의원님! 국민과 함께하는 LH가 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국감장으로 향하는 의원들에게 인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7일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국정감사는 LH공사의 ‘눈 가리고 아웅’식 부채감축 계획(국민일보 6월 10일자 1·3면 참조)이 도마에 올랐다. 부채감축 계획 상당부분이 사업시기를 미루는 등 당장의 부채감축 목표액을 맞추기 위한 숫자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부채 감축 명목으로 임대주택 사업을 축소하는 등 ‘반(反)서민’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LH의 2014∼2017년도 부채감축 계획을 보면 단지 사업비 투입 시기를 미룬 ‘숫자 맞추기’에 불과하다”면서 “연도별, 사업별 구체적 계획도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LH는 부채 규모를 2013년 발표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보다 29조7000억원을 더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중 16조원이 ‘사업시기 조정’ 항목에 해당한다.

LH공사가 부채 축소를 위해 임대주택 물량을 축소할 계획을 세운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LH공사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계획안에 따르면 2014∼2017년 4년 사이 건설임대 3만2000가구, 매입임대 2만 가구, 전세임대 1만2000가구 등 총 6만4000가구의 임대주택 물량을 줄일 예정이다.

민홍철 새정치연합 의원도 “LH공사가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운영하기로 한 주택 1만7213가구를 5년만 임대한 뒤 매각하기로 한 방안은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도 “우리나라 장기임대주택 비율은 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1.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상황에 LH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축소는 전월세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LH 출신 인사들이 자회사 대표로 내려가는 ‘낙하산’ 관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이 자회사들이 벌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이 만년 적자를 내면서도 임직원은 성과급을 받는 ‘모럴 해저드’도 질타 받았다.

새정치연합 이미경 의원에 따르면 LH가 출자한 자회사들이 현재 진행 중인 PF사업 11개 중 8개가 적자 상태며, 이들의 누적 적자는 1조원을 초과했다. 그런데 8사 중 7곳이 2006년부터 현재까지 성과급으로 6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LH 출자회사들의 PF 사업은 만년 적자인데 임직원 성과급은 꼬박꼬박 지급돼 왔다”면서 “게다가 이들 회사 대표는 모조리 LH 출신 낙하산”이라고 비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