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아사히신문이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기사의 일부를 취소한 이후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주요 인사들의 왜곡 선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조직적 움직임에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담화를 훼손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수정하겠다는 음모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가 전날 BS니혼TV에 출연해 “고노담화의 역할이 끝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기우다는 “정부는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수정은 하지 않지만 무기력하게 만들면 된다”면서 “내년 전후 70주년에 맞춰 새로운 담화를 내면 결과적으로 (고노담화는) 무력화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영어뿐 아니라 여러 언어로 된 정부 차원의 대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외무성 홈페이지 글을 삭제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정조회장은 지난 3일 같은 장소에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대응을 검증하는 조직을 당내에 만들겠다고 했다.
이처럼 고노담화를 폄훼하는 말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아베 총리의 ‘교묘한 전략’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아베 총리는 “고노담화를 계승할 것이며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과거 아사히신문의 오보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오해’가 퍼지고 있다”고 거듭 항변하고 있다. 그는 “오보로 인해 일본의 이미지에 크게 상처가 났다. 국가적으로 성노예를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고노담화를 직접 부정하지 않음으로써 주변국의 반발은 피하면서도 아사히신문의 오보 기사 취소를 빌미로 위안부의 강제성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자민당 내부에는 “아사히신문의 사죄로 위안부 강제연행과 성적 학대란 사실이 부정됐다”며 “세계 각지의 위안부상(像)도 건립 근거를 잃었다”는 억지가 공공연하다.
하기우다 특보의 발언이 물의를 빚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개인 견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스가 장관은 정례회견에서 “일본 패전 70주년을 맞아 내년에 발표되는 새 담화가 고노담화와 반대되는 내용이냐”는 질문에 “그동안 미래지향적인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밝혀왔다. 내용은 전문가 회의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日 고노담화 잇단 폄훼… 아베의 교묘한 ‘수정’ 음모?
입력 2014-10-08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