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모럴 해저드] 혈세 겁없이 펑펑… 남은 예산으로 직원 상품권·디카 돌려

입력 2014-10-08 03:45

‘그들에게 공익(公益)은 없고, 사익(私益)만 있었다.’

감사원이 7일 발표한 공공기관들의 심층감사 결과 공익을 위해 국가기간산업을 책임진 공기업도, 정부 정책을 주도하는 공공기관도, 국책은행도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데는 예외가 없었다. 정부 감독에 발각돼 과도한 추가수당이 금지되면, 이를 정규임금에 집어넣어 편법 지급했다. 적자를 보전하기에도 급급한 공기업들이 제 식구에게는 물 쓰듯 정부예산을 써버렸다. 적정성 검토도 없이 덜컥 대규모 사업에 손을 댔다 엄청난 손실을 보자, 탈법 회계까지 동원해 ‘눈 가리고 아웅’식 회계보고서를 만드는 공기업도 있었다.

◇‘남몰래’ 임금인상·노사 이면합의·예산 빼먹기=공공기관들은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를 사기업보다 훨씬 많이 지급하면서 온갖 편법과 부정을 저질렀다. 경영진과 노조는 이면합의를 통해 서로를 눈감아줬다. 기업은행 노사는 2009년 통근비와 연차휴가보상금 등을 폐지하라는 감사원 지적을 받자, 이듬해 이를 기본급에 편입시켰다. 노사합의로 이뤄진 이 결정으로 은행 측은 인건비로만 705억원을 과다 지급했다.

산업기술진흥원은 지난해 1월 68명을 승진시키면서 승진 발령일을 2012년 3월부터 소급하기로 노사 합의했다. 그리고 1인당 인건비 상승분 910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역시 2012년 9월 연구활동비 단가를 인상하기로 노조와 합의, 월 69만원이던 활동비를 360만원으로 4배 인상했다.

산업은행 등 10개 금융공공기관은 근무시간을 하루에 7∼7.5시간으로 운영, 초과근무수당을 과다 지급했다. 이 근무시간은 일반기업이나 시중은행(하루 8시간)보다 짧은 것으로, 초과수당은 훨씬 높게 계산됐다.

수출입은행 등은 안식년 휴가를 운영, 매년 43억원의 연차휴가 보상금을 지급했다. 한국은행은 직원들 의료비와 단체보험료 명목으로 3년간 204억원을 지원했다. 이미 의료비는 사내 근로복지기금으로 적립돼 지원되는 상황이었다.

한국전력공사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 215명을 파견하면서 월 해외수당을 5021달러(약 535만원) 지급했다. 이 금액은 재외공무원의 월 해외수당 2414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지역난방공사는 예산 30억원이 남자 이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임직원에게 1인당 최고 7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으로 바꿔 나눠줬다가 들통이 났다. 석유공사 역시 같은 방법으로 TV와 태블릿PC 디지털카메라 등을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잔여예산 20억원을 썼다.

◇채용도 탈법 투성이, 사업은 엉터리=사학교직원연금공단은 2013년 인턴사원 채용 시 서류전형 탈락자 24명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처리했다. 또 인턴사원 중 8명의 과제평가 점수를 조작해 신규직원으로 정식 채용하기도 했다. 방송광고진흥공사도 2012년 경쟁률 506대 1이던 5급 정규직 채용 시 필기시험 순위표를 조작해 2명을 최종 합격시켰다. 광물자원공사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석유공사는 카자흐스탄 석유기업을 인수하면서 3억 달러인 회사 적정가치를 5억 달러로 과대평가해 결국 3억6000만 달러에 해당 회사를 사들였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