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께 늘 죄송하고 빚진 마음” 위안부 그린 영화 ‘귀향’서 강일출 할머니役 손숙

입력 2014-10-08 03:35
영화 ‘귀향’ 출연진. 왼쪽부터 최리, 강하나, 손숙, 서미지. 원로배우 손숙은 이 영화에서 위안부 강일출 할머니 역을 맡아 노개런티로 출연한다.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귀향' 포스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된다. 원로배우 손숙(70)이 영화의 실제 모델인 강일출 할머니 역을 맡았다. 손씨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화 ‘귀향’ 제작발표회에서 “할머니들께 늘 죄송한 마음이 있었고 빚진 마음이 있었다”면서 “이제라도 내 방식대로 빚을 갚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50년 경력의 연극배우이자 환경부 장관 출신인 손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 몇 차례 참석한 경험이 있다. 강 할머니도 수년 전 만나 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다. 손씨는 “이 작품을 만난 게 운명인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했던 어떤 역보다 힘들 것 같다. 가슴이 너무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손씨는 몇 달 전 우연히 시나리오를 보게 됐고,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면식도 없던 조정래 감독에게 문자를 보냈다. 주연배우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던 조 감독은 “손 선생님의 출연 결정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며 “손 선생님의 참여로 영화 제작에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노개런티로 출연한다. 영화 촬영으로 내년에 예정된 연극 공연 일정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손씨는 “제작사들이 이 영화를 좀 꺼리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가난하더라도 이런 식의 국민 성금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가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는 ‘귀향’은 ‘나눔의집’에 사는 위안부 피해자 강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조 감독은 영화감독이자 유명한 판소리 고수로 나눔의집 위문공연을 갔다가 강 할머니를 만난 뒤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20여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전액은 국민 모금 형식으로 조달한다. 현재 1억여원이 모였고, 일본 미국 등 해외 동포들도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사는 유영구씨가 참석해 교민들이 모은 5000달러를 전달했다.

손씨는 “이 작품은 좀 이상하다”면서 “감독의 정성이 통한 건지,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이 도와주시는 건지 작은 기적들이 자꾸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발표회가 국회에서 열리게 된 이유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페이스북으로 영화에 대한 소식을 보고 감독에게 먼저 연락을 해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국내 촬영은 경남 거창군청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귀향’ 클라우드펀딩에는 1000원부터 참여가 가능하다(tumblbug.com/ko/guihyang).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