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국내 주요 기업이 사내하도급 노동자 수를 급속히 늘려온 곳으로 드러났다. 대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 논란을 피하고, 위험한 업무를 떠넘기기 위해 사내하도급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7일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 주요 기업 사내하도급 증감현황’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49개 기업의 사내하도급 수는 2009년 2906개에서 5년 뒤인 2013년 3538개로 632개(21.7%) 늘어났다. 기업당 평균 12.9개가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사내하도급 근로자 총수는 76만4010명에서 136만6804명으로 폭증했다. 고용부는 지난 5월 열린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 산재예방 CEO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51개 기업 중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49개 주요 기업의 사내하도급 현황을 조사했다.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사내하도급은 비정규직 고용 형태로 일감을 받은 하도급업체 직원이 일감을 준 대기업 사업장에서 사용업체(원청)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현대차의 하도급 노동자 운용을 불법 파견으로 판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종별로는 조선·기계업의 사내하도급이 가장 크게 늘어났다. 조선·기계 10개 기업의 사내하도급은 5년 동안 484개에서 810개로 326개 증가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업체 수가 2009년 144개에서 2013년 254개로 110개나 늘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각각 74개, 21개 증가했다. 자동차 기업(2개 기업) 중 현대차의 경우 2009년 35개였던 사내하도급 수가 지난해 71개로 불어났다.
철강업(5개 기업)의 사내하도급도 2009년 157개에서 지난해 247개로 90개 증가했다. 5년간 현대제철의 사내하도급 수가 67개 늘었고, 이어 포스고와 동국제강도 각각 10개씩 증가했다. 이외에도 지난 5년간 전자·반도체업(5개 기업)의 사내하도급은 41개에서 83개로, 화학업(17개 기업)은 142개에서 194개로 각각 42개, 52개 불어났다.
49개 주요 기업 중 일부는 사내하도급의 산업재해율이 사용업체 근로자보다 훨씬 높아 근로자 안전관리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현대제철의 경우 사내하도급 산재율은 0.68%이지만, 지난 한 해만 10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재해로 사망하는 등 중대 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사내하도급 22개의 평균 산재율(1.25%)도 원청업체 산재율(0.02%)보다 62.5배나 높았다. 현대건설도 2013년 산재율은 0.06%에 불과하지만, 사내하도급 719개의 평균 산재율은 0.24%로 차이가 컸다.
최 의원은 “사내하도급이 비정규직 문제, 불법파견 등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나 위험한 업무를 회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악용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단독] 대기업 ‘비정규직 꼼수’… 사내하도급 근로자 5년새 2배↑
입력 2014-10-08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