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희망로길 성남혜은학교 시청각실. 클래식기타리스트 서정실씨와 플루티스트 김희숙(여)씨가 가브리엘 포레의 ‘파반느’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플루트의 청아한 소리에 클래식기타의 부드러운 화음이 쌓이자 시청각실은 음악공연장으로 변했다. 이날의 관객은 성남혜은학교 학부모 30여명.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쏟아냈다.
“곡이 좀 무겁죠. 이 곡이 처음 만들어질 땐 춤곡이었어요. 남들 안 볼 때 다들 춤추시잖아요. 음악과 춤은 우리한테 위로를 주는 것 같아요. 기운도 차리게 하구요. 오늘 여러분들과 행복한 시간을 만들면 좋겠어요.”(김씨)
공연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육훈련원 주최로 마련됐다. NCCK 교육훈련원은 ‘찾아가는 학부모 인문학’의 일환으로 성남혜은학교에서 지난달부터 매달 한 번씩 공연을 열고 있다. 성남혜은학교는 220명의 장애인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학교다.
학부모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수준 높은 공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서씨와 김씨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곡들로 무대를 채웠다. 조르주 비제의 ‘미뉴에트’를 연주할 때 김씨는 “미뉴에트는 세 박자 춤곡이다. 왈츠가 세 박자인데 똑같다. 음악에 맞춰 다같이 걸어보자”며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했다. 김씨는 플루트를 불며 발을 굴렀고, 서씨는 기타의 몸통을 두드렸다. 소리에 맞춰 학부모들도 하나둘 발로 바닥을 두드렸다.
1시간가량의 공연이 끝나자 학부모들은 큰 목소리로 “앙코르”를 외쳤다. 서씨와 김씨는 앙코르곡으로 ‘봄을 위한 세레나데’를 연주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웠던 학부모들은 감격스러워했다. 김미경(48·여)씨는 “아이들한테서 눈을 뗄 수가 없으니 공연장 가는 건 꿈도 못 꿨는데 오늘 정말 큰 선물을 받았다”며 “연주자들이 먼 곳까지 직접 찾아와 연주를 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엄윤숙(46·여)씨도 “클래식 음악 공연을 접해본 지가 언젠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웃은 뒤 “음악 하나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공연의 감동은 연주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서씨는 “특수학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공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어느 관객보다 더 기뻐해주셔서 저희가 더 감동을 받았다”며 “앞으로 소외받고 힘든 분들을 위한 공연을 많이 가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남=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장애인 학생 부모 위로한 플루트·기타 선율
입력 2014-10-08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