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이상 재직 후 퇴직할 때까지 공무원연금 보험료를 면제받았던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전체 수급자의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국민일보가 안전행정부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33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지난 8월 현재 17만943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50.5%를 차지했다. 이들이 올해 받은 연금액은 2조5944억원으로 전체 공무원연금 수급액의 43.7%에 달하고 1인당 평균 연금액은 지난해 291만원에서 8월 295만원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현행 공무원연금은 재직기간이 33년을 넘게 되면 퇴직 전이라고 해도 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지만 매년 받는 연금액은 전체 재직기간의 보수를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늘어나게 된다. 반면 국민연금은 가입기간 상한에 적용되는 이도 없지만 조기 퇴직자가 많아 100만원 이상을 타가는 수급자가 1.9%에 불과하다. 지난 8월 현재 국민연금 최고 수령자의 수령액은 168만원에 그쳤다. 출발부터 다른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까지 국민 혈세로 메워주는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발등의 불이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언제까지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공무원연금은 올해 2조5000억원, 내년에 3조원 등 앞으로 5년간 18조4000억원을 재정에서 메워줘야 한다. 1960년 공무원연금을 처음 도입할 때는 평균 수명이 52세였지만 지금은 81세로 늘어난 탓이다. 재정 부담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는데 제 밥그릇만 지키겠다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공무원연금 납부기간을 연장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우리도 납부기간을 연장하고 국민연금에 맞춰 수급 연령을 늦추는 조치가 불가피하다.
상후하박(上厚下薄) 구조도 문제다. 국장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들은 퇴직한 뒤 월 300만∼400만원의 연금을 받으면서 민간기업에 재취업해 이중소득을 챙기고 있다. 반면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수령액은 150만원 수준으로 격차가 크다. 국민연금의 2배 수준인 연금적용 소득상한(월 805만원)을 낮추고 국민연금처럼 소득 재분배 기능을 통해 하위직 공무원들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역대 정권마다 뜨거운 감자였다. 1995년과 2000년, 2009년 등 지금까지 세 차례 개혁을 했지만 공무원 표를 의식해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16년 4월까지 선거가 없는 지금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할 수 있는 적기다. “이번 시기를 놓치면 나라의 운명이 위험해진다”는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장의 말이 괜한 엄포가 아니다. 장기적인 인구 추계와 재정 상황을 고려해 고통스럽더라도 이번엔 제대로 짜야 한다. 당사자인 공무원노조를 배제한 채 밀실 합의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시늉만 내는 ‘셀프 개혁’에 그쳐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사설] 보험료 안 내면서 연금은 불어나는 기묘한 구조라니
입력 2014-10-08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