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모럴 해저드] 회사는 ‘빚잔치’, 직원은 ‘연봉잔치’

입력 2014-10-08 02:27

국내 공기업들이 각각 수조원에서 많게는 100조원 넘는 빚을 지고도 억대 연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학재단은 임직원 7명 중 1명꼴로 억대 연봉을 챙겼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빚이 너무 많아 기획재정부 집중 관리를 받는 12개 공공기관의 억대 연봉자가 2012년 세전 기준 2396명에 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 기관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917만원으로 7000만원에 육박했다.

억대 연봉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9조5000억원의 빚을 진 장학재단이었다. 학자금 대출 사업 등을 하는 이 기관은 전체 임직원 216명 중 13.8%인 30명이 1억원 넘는 연봉을 받았다.

그 다음 한국가스공사와 예금보험공사(예보)의 억대 연봉자 비율이 각각 7.8%, 7.5%로 많았다. 부채 35조3000억원 규모의 가스공사는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8030만원으로 12개 기관 중 유일하게 8000만원대였다. 예보는 가스공사 다음으로 많은 7862만원이었다. 예보 사장은 연봉으로 12개 기관 중 가장 많은 3억1203만원을 받았다. 이 기관은 48조4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은 곳은 부채가 약 60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공사(한전)였다. 전체 임직원 1만9623명 중 1266명이 억대 연봉을 받았다.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전체 3위인 7303만원이었다. 이 의원은 “억대 연봉자 중엔 4∼5직급의 송·변전 직원이 많았다”며 “산속 오지 등의 변전소에서 근무하면 일반 직원보다 20% 정도 많은 수당을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도 직원 1인당 연봉이 7000만원대였다. 이처럼 평균 연봉이 7000만∼8000만원대로 높은 공기업에서는 수년 내 억대 연봉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부채가 147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6574만원으로 전체 6100명 중 156명이 억대 연봉을 받았다.

한국철도공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무산으로 빚이 2조원 늘었지만 고액 연봉자는 오히려 많아졌다. 2010년 40명이었던 억대 연봉자는 2011년 85명, 2012년 102명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철도공사는 억대 연봉자 명단 제출을 거부했다. 이 의원은 “공기업이 마치 주인 없는 공(空)기업인 양 국민 세금에 기생하고 있다”며 “특단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