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60)씨가 최근 출간된 박 작가의 수필집 ‘호미’ 개정판(열림원)에 직접 그린 그림을 실었다.
7일 출판사 열림원에 따르면 ‘호미’는 박 작가가 2011년 80세로 삶을 마무리하기까지 마지막 13년을 보냈던 경기도 구리시 ‘아치울 마을 노란집’에서의 삶과 지혜를 담은 산문집이다. 호미로 꽃밭을 일구며 체득한 성찰과 세상을 향한 너그러운 태도가 묵직한 울림을 준다.
호씨는 노란집 마당 정원을 대신 일구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틈틈이 스케치북에 꽃과 식물을 그렸다. 그렇게 그린 식물화 40여컷이 수록됐다. 호씨는 “모두 우리 마당과 근처에 피는 꽃들”이라면서 “어머니와 같이 가꾸고, 어머니가 예뻐했던 꽃들”이라고 말했다. 연필로 스케치하고 색연필 등으로 채색한 그림에선 전문 화가의 화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솔함이 묻어난다.
출판사는 “40세에 등단했을 때 맏딸의 지지는 작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며 “그가 어머니의 글밭 ‘호미’에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호씨는 ‘어머니를 그리며 꽃을 그리며’라는 제목의 개정판 서문에서 “어설프게 그린 그림들이 뜻밖에 빛을 보게 됐다”면서 “작가의 딸이 그렸다는 것 말고는 그저 어린아이 스케치북에 불과하다는 걸 안다”고 겸손해했다.
산문집 ‘호미’와 함께 박 작가의 티베트·네팔 기행 산문집 ‘모독’도 함께 재출간됐다. 1997년 나온 책에 수록된 민병일의 사진 150컷도 그대로 책에 실었다.
한승주 기자
“엄마 향한 그리움 담았죠”… 故 박완서 딸 호원숙씨 엄마 수필집에 그림 실어
입력 2014-10-08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