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영업익 급감] 中 스마트폰 시장 상당부분 내준 게 실적 악화 주요인

입력 2014-10-08 02:27

삼성전자 실적 하락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국과 스마트폰이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특히 중국 업체와 경쟁하면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상당히 내준 게 실적 악화의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스마트폰 실적 악화 이유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 부진과 판매 가격 하락,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세 가지 변수 모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의 파상 공세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중국 스마트폰의 공세가 실적 악화 원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었다. 시장점유율에서는 애플을 멀찌감치 제치고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대륙에서 16.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화웨이(7.6%) 레노버(8.3%) 샤오미(8.7%) 등 중국 업체를 합하면 24.6%로 삼성전자를 뛰어넘는다.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고스란히 흡수한 것이다.

3분기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화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업체들이 LTE 스마트폰 생산에 들어가면서 고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북미나 유럽 시장 등에는 진출하지 않았지만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 전체의 40%가 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입은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시장에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삼성전자 중국 매출은 40조1000억원으로 전체 매출 228조7000억원 중 18%에 달했다. 중국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매출(22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전체 매출이 43조7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중국 시장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더불어 TV와 가전제품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실적도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브라질월드컵이 끝나면서 TV시장이 전반적으로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재고 처분에 따른 판매 가격 하락 등으로 2분기보다 실적이 떨어졌다.

시스템LSI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사업 부문도 판매가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반면 반도체·부품(DS) 부문의 메모리 사업은 가격 안정화와 공정 전환에 따른 원가 절감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 찾기 분주

스마트폰 호황이 예상보다 빨리 잦아들면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먹거리 찾기도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신소재를 활용한 디자인 혁신 제품과 가격경쟁력을 높인 중저가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11월 중으로 출시 예정인 갤럭시 노트 엣지 같은 제품으로 고가 시장을 공략하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과 사양을 갖춘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또 OLED 등 부품 사업은 거래처 다양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6일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평택고덕산업단지에 반도체 라인을 신설키로 한 것도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4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연중 최대 수요가 쏠리는 시기인 만큼 3분기보다는 나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분기와 3분기를 지나면서 삼성전자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갤럭시 노트4 판매가 10월부터 본격화됐다는 점도 실적 반등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4분기는 TV 사업이 성수기에 진입하고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확대가 기대되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다”고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패블릿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애플 아이폰6 플러스와 경쟁해야 하고, 중국 업체들도 중국을 벗어나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