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은행권 취업 키워드는 ‘탈(脫)스펙’이다. ‘열린 채용’으로 학력, 성별, 연령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가 하면 금융 자격증 작성란을 아예 없앤 은행도 있다. 대신 가치관, 윤리의식, 고객을 대하는 자세 등을 집중 점검할 수 있는 채용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신입행원 서류 접수를 마치고 본격적인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필기시험 통과자를 대상으로 ‘통섭역량면접’을 실시한다. 서류 작성 시 국민은행이 선정한 권장도서 30권 가운데 지원자가 읽은 책을 기재하도록 한 뒤 이에 대해 면접관 2명과 토론하는 방식이다. 질의응답을 통해 지원자의 인성과 가치관, 상황판단력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면접 전형에서 ‘롤 플레이’ 면접을 진행한다. 지원자가 직접 창구직원 역할을 하면서 가장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는 금융상품을 1∼2개 선정해 고객에게 설명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과정을 통해 지원자의 기본 자세와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것. 농협 관계자는 지원자가 “상품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점포를 찾아가 고객 응대 방식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우리은행은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한다. 지원자의 스펙 등에 따른 선입관 없이 인성 등을 중심으로 은행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함이다. 면접은 2∼3분 자기소개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신한은행도 서류 작성 시 어학점수, 자격증 작성란을 없앴다.
기업은행은 서류 합격자 발표에 앞서 ‘4분 PR’을 진행했다. 서류전형 기간에 자신의 역량과 인생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 접수해 통과되면 인사 담당자 앞에서 PR 기회를 갖게 된다. 통과하면 서류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서류평가만으로 평가되지 않는 지원자들의 열정과 끼를 보겠다는 취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서비스업인 만큼 고객과 소통하고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금융 자격증보다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채용에서 지원자의 스펙보다는 인성이나 인문학적 소양이 강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은행권 하반기 채용 스펙보다는 인성 본다
입력 2014-10-08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