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공기관 대다수가 극심한 부채 등 부실에 허덕이면서도 임직원들에게 복리후생비를 펑펑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 이면합의로 정부 몰래 편법으로 임금을 올리는가 하면 부실한 사업 검토로 무려 12조2000억원의 국가예산을 낭비한 사실도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낱낱이 드러난 대한민국 55개 공공기관의 민낯은 예산 빼먹기와 방만 경영, 인사 비리, 편법 임금 인상 등 갖가지 모럴해저드에 빠진 상태였다. 정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강조해 왔던 공공기관 대혁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관가에서는 이번 감사가 대대적인 공공기관장 물갈이 인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 2∼6월 LH공사·가스공사 등 20개 공기업과 한국은행·산업은행 등 13개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심층감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나머지 22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서면자료를 분석, ‘원 포인트’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공공기관들은 노사 이면합의로 임금을 과다 인상하거나 사업비 예산집행 잔액을 임직원에게 현물 또는 현금으로 나눠주는 방식으로 예산 1조2055억원을 방만 집행했다.
20개 공기업의 경우 재무 안정성과 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1인당 연간 평균 2597만3000원을 복리후생비로 썼다. 엄청난 자본잠식 상태인 LH공사와 가스공사의 1인당 연간 복리후생비는 각각 2761만3000원, 4012만6000원이나 됐다. 공기업 1인당 평균 연봉도 2009년 6520만원에서 5년 사이에 7425만원(2013년)으로 11.5% 올랐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증권거래소 등도 민간 금융회사보다 1인당 연봉(8954만원)이 1.2배 높았다.
이밖에 17개 기관은 사업경제성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투자, 무려 10조원가량의 예산낭비와 손실을 초래했다. 가스공사 등은 가스나 수도요금을 과다 인상하는 방식으로 국민과 기업에 1조원대의 부담을 떠넘긴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인건비를 방만 집행한 교통연구원장, 국방기술품질원장, 광주과학기술원장, 식품연구원장 등에 대해 소관 부처에 적정한 인사조치를 통보했다. 리스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한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사장 등 비리 혐의자 16명은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공공기관들의 ‘부끄러운’ 민낯
입력 2014-10-08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