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에 빠졌던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재산 환수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이자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가 미국에서 강제 추방돼 7일 귀국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곧바로 체포영장을 집행, 김씨를 인천지검으로 압송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2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 3월 27일 90일짜리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건너간 뒤 그동안 도피생활을 하다 한 달여 전 불법체류 혐의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에 체포됐다.
검찰은 6개월 동안 유씨 일가 및 측근에 대한 수사와 함께 세월호 참사 책임재산 확보 작업도 계속해 왔다. 수사 초기부터 특별반을 구성해 유씨 일가가 신도 등의 명의로 차명 소유해온 예금, 부동산, 주식 등 1157억원 규모의 재산을 5회에 걸쳐 동결하는 추징보전 조치를 취했다. 참사 수습비용 등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기 위해 유씨와 청해진해운 임직원 재산 1222억원 상당도 가압류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참사 수습·보상비용으로 추정하는 6000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현재 상황에서 실제 추징할 수 있는 금액은 2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유씨의 사망과 실질적 후계자인 유씨의 차남 혁기씨, 최측근 김혜경씨 등의 해외 도피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의 국내 송환은 차명·은닉재산 추가 환수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3대 주주일 만큼 핵심 중 핵심 인물이다. 유씨가 생전에 “김혜경이 입을 열면 구원파는 망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유씨 차명재산은 물론 1000억원대로 알려진 또 다른 은닉 재산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인터폴 공조 수사에도 소재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는 혁기씨에 대한 행방의 단서도 찾아내야 한다. 유씨 사망을 둘러싸고 헛발질만 했던 검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유씨 비자금 캐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사설] 김혜경 앞세워 유병언 은닉재산 끝까지 찾아내라
입력 2014-10-08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