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그들이 건넨 깨끗한 물 한컵, 소녀들 미소 되찾아주다

입력 2014-10-08 02:39 수정 2014-10-08 17:10
“싸 바이 디(안녕하세요), 케이 워터(K-water) 봉사단 여러분∼!”

싸바나켓주(州) 아싸폰군(郡) 깡냐이의 폰응암 중·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앳된 소녀의 인사말이 이어진다.

“저는 1학년 와이룻니(13)라고 합니다. 멀고 먼 이곳 저희 학교를 찾아주셔서 정말 반갑습니다. 저희들을 위해 선풍기도 달아주시고 예쁜 벽화도 그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종이접기와 제기, 부채 만들기에 한국말까지 가르쳐주시고 즐거운 운동회를 열어 선물도 많이 주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학교와 마을을 위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식수시설을 만들어주셔서 저희들은 정말 기쁩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해외 사회공헌활동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마을 잔치가 끝날 무렵 생긴 일이었다. 와이룻니는 학생들을 대표해 밤새 써온 편지를 봉사대원과 마을 주민 앞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읽어가며 모두의 감사한 마음을 모아 전했다.

K-water 임직원 자원봉사자와 대학생 서포터스로 구성된 해외자원봉사팀 22명은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깡냐이 마을에서 1주일간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난 8월에 다녀간 1차 봉사팀에 이은 두 번째 봉사팀의 방문이었다.

깡냐이 마을은 싸바나켓 공항에서 포장도로 구간인 세노까지 30㎞를 달린 뒤 비포장으로 다시 75㎞을 달려야 나타난다. 세계 최빈 개발도상국인 라오스에서도 최고 오지에 속한다. 이 마을에 도착하려면 수시로 진흙에 빠져 헛바퀴질을 하는 트럭버스 ‘쏭태우’를 탑승자들이 끌어내가며 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다. 길은 일반 도로라기보다 오프로드 경주용 도로에 가까운 상태다.

깡냐이 마을은 주민 1600여명이 주로 논농사를 지으며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이 마을의 최대 숙원사업은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대부분 음용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수질이 좋지 않아 물병에 든 물을 사서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대부분의 주민들은 물을 끓이거나 부유물을 가라앉힌 뒤 마신다.

봉사대원들은 매일같이 이른 아침 숙소에서 나와 에어컨도 쿠션도 없는 차를 타고 봉사현장으로 간다. 차에서 튕겨나갈 것만 같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2시간 정도 달려 봉사 현장에 도착하면 몸도 마음도 이미 파김치가 될 정도다. 하지만 봉사대원들은 반겨주는 학생들의 해맑은 눈망울과 때 묻지 않은 미소를 마주하며 다시 힘을 얻는다.

우기가 끝나가면서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와 들끓는 벌레들, 입에 맞지 않는 음식과 변변한 화장실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사대원들은 불평 한 마디 없이 자신들이 맡은 일을 감사의 마음으로 소화해냈다. 마을 주민과 학생들도 1주일간의 짧은 일정에 마을과 학교를 위한 도움거리를 한 가지라도 더 찾는 봉사대원들의 근면성과 성실함에 큰 감동을 받는 모습이었다.

이번 봉사활동에 참가한 김민욱(33·운문권관리단) 대원은 “좋지 않은 물을 계속 먹다 보니 마을 주민 상당수가 담석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우리 회사가 이처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역에서 수원개발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어려운 해외 이웃의 삶을 향상시켰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K-water 서포터스로 참가한 이단비(21·전남대 경영학부) 대원도 “이곳에 와서 정말 한국이 선진국이고 잘사는 나라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며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순수한 학생들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외자원봉사팀이 라오스를 떠나던 30일 푸마디 홍짤른(53) 싸바나켓주 수도국장은 직원들과 함께 싸바나켓 공항까지 배웅 나왔다. 그는 “다른 봉사단체와 달리 벌써 6년째 이 지역 오지 마을에 찾아와 진심 어린 봉사활동을 펼쳐줘 감사하다”며 대원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았다. 홍짤른 국장은 주민들의 최대 숙원사업인 상수도와 식수 개발을 꾸준히 지원해준 K-water에 거듭 고마움을 표하면서 마지막 봉사대원이 출국 수속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며 양손을 흔들었다.

이처럼 K-water는 물 분야 글로벌 리더로서 지구촌 물 문제 해결과 지역개발 활동을 통해 물 나눔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물로 더 행복한 세상을 추구한다는 기업 이념을 바탕으로 2006년부터 해마다 동티모르 캄보디아 몽골 베트남 필리핀 타지키스탄 등 물 때문에 고통 받는 지역에서 식수 개발과 주민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공기업 최초로 ‘임직원 급여 1% 나눔운동’을 벌였고, 2004년 전 직원이 참여하는 ‘물사랑나눔단’을 발족시켰다. 이후 사내 동아리 104개가 국내외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며 온정이 필요한 곳에 사랑의 물길을 촉촉하게 적셔가고 있다. 물사랑나눔단은 올해 ‘깨끗한 물 나눔(Clean Water)·행복한 물 나눔(Happy Water)·따뜻한 물 나눔(Love Water)·글로벌 물 나눔(Share Water)’을 4대 사회공헌 사업 핵심 추진 전략으로 정해 차근차근 실천해나가고 있다.

깡냐이(라오스)=사진·글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