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기억

입력 2014-10-08 03:26 수정 2014-10-08 19:50

박 집사는 항상 비만 오면 감정이 예민하게 곤두서면서 죽을 듯 슬프고 외로운 기분이 들곤 했다. 설명할 수 없는 그 기분이 너무나 싫었지만 자기 성격이려니 하고 평생 살았는데 우연히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을 알게 됐다. 아주 어린 시절에 있었던 기억이 기도 중 너무도 선명하게 떠오른 것이다. 어머니가 가정불화로 집을 나간 날에 비가 많이 왔던 기억이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자기도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지만 자신 안에 여전히 집 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가졌던 슬픔과 두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박 집사는 놀랐던 것이다.

사람은 기억 속에 갇혀 산다. 자동차 사고를 크게 당한 뒤 십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길을 걸으면 자동차가 인도로 뛰어올라 자신을 덮칠 것 같아서 제대로 길을 걷지 못했고 길을 걸을 때마다 긴장으로 온몸이 굳어져 건강을 잃고 고통을 호소하는 분을 만나보았다. 이 모든 것이 기억의 작용들이다. 그러나 머릿속에 든 기억들을 지울 수 없고 취사선택해서 바꿀 수도 없으니 어찌할 것인가. 하지만 주님 안에는 답이 있다. 성경은 모든 염려를 주님에게 아뢰면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지킬 것이라고 하신다(빌 4:6∼7). 성령은 마음 깊이 묻힌 기억들이 뿜어내는 독을 없애주시고 깊은 평강을 주신다. 기억의 독에서 풀려날 수 있다.

주서택 목사(청주주님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