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치밀한 기획력과 엄청난 돈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대작 영화를 일컫는 용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블록 전체를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고성능 폭탄처럼 흥행에서 영화판을 휩쓴다는 의미다. 최초의 블록버스터는 197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조스’였고, 한국의 첫 블록버스터로는 99년 강제규 감독의 ‘쉬리’를 꼽는다.
반대되는 개념의 영화를 흔히 ‘아트버스터’라고 한다. 예술(Art)과 블록버스터의 버스터(buster)를 합한 말이다. 다양성 영화 중 예술성은 물론 흥행도 대박을 친 경우를 말한다. 비장르 영화라고도 하는 다양성 영화는 독립·예술·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총칭하는 말로 작품성이 뛰어난 저예산 영화를 뜻한다.
아트버스터를 영화인들은 흔히 ‘양념을 치지 않은 작품’이라고도 표현한다. 보통 관객 수 3만∼4만명이면 성공이고, 10만명이면 상업영화 200만∼300만명으로 친다. 상영관 수가 아주 적은 데다 주로 입소문으로만 관객을 모으기 때문이다.
올 들어 아트버스터가 한국 영화계를 강타하고 있다. 선두에는 로맨틱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이 있다. 지난 8월 13일 개봉 이후 50일 만인 지난 1일 관객 300만명을 돌파, ‘워낭 소리’(293만3309명)를 뛰어넘어 다양성 영화로는 국내 최다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5일 현재 321만4073명을 기록했다. 신기록의 끝이 궁금하다. 76만명을 동원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10만명을 돌파한 ‘인사이드 르윈’, 22만명을 모은 ‘한공주’ 등 올 한 해 ‘아트버스터의 습격’이 이어졌다.
아트버스터의 선전이 돋보이는 것은 치열한 분투(憤鬪)의 과정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오직 작품성 하나로 제작과 배급, 상영권까지 장악한 대기업의 횡포를 견디며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스토리는 그 자체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김기덕 감독은 5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팬들과 만나 “영화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인생”이라고 표현했다. 아트버스터가 아니라도 좋다. 가을, 영화 한편 어떤가.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아트버스터
입력 2014-10-08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