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계파 대리전?… 새정치 원내대표 경선 ‘친노-비노’ 격돌

입력 2014-10-07 04:55 수정 2014-10-07 14:58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이 4파전으로 시작됐다. 계파·성향·지역별 다양한 후보들이 9일 치러지는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친노(친노무현)계 대 비노(비노무현)계’, 혹은 ‘진보 대 중도’의 격돌이 예상된다. 여기에 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계파 간 이해와 내년 초 전대를 앞둔 차기 당권주자들의 복잡한 정치셈법이 작동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위기상황임에도 ‘추대’로 원내대표를 뽑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당내 갈등만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피할 수 없는 계파 대리전=6일 후보 등록을 마친 원내대표 출마자는 4선의 이종걸 의원, 3선의 우윤근 주승용 의원, 재선의 이목희 의원 등이다. 우 의원과 이종걸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가 예상됐고, 주 의원과 이목희 의원은 끝까지 고심하다 도전장을 냈다.

전남에 지역구를 둔 우 의원은 범친노계와 호남 의원들의 지지가 예상된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중책을 맡은 이후 친노계와 가까워졌다. 성향은 중도로 분류된다. 원내수석부대표,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지내 대여 협상 및 당무에 밝다. 정책위의장으로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다. 우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끝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더 큰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직전에 사퇴한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가깝고, 강경파들이 세월호 협상에 불만이 많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비노 진영에서는 이종걸 의원과 주 의원이 나섰다. 둘 다 안철수·김한길계가 포진한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이다. 주 의원은 중도 성향이고, 이와 비교하면 이 의원은 진보 성향이다. 이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세월호 협상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며 “협상 주자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안철수·김한길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냈다.

가장 진보적인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목희 의원이다. 고(故) 김근태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진보적 초·재선 모임인 ‘더 좋은 미래’ 소속이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선언문에서 “야당성을 복원하고 기획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기획본부장을 지냈다.

◇양자 구도 가능성=겉으로는 4파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3자 혹은 양자 구도다. 이종걸 주승용 의원의 단일화는 시간문제다. 민집모는 오찬회동을 통해 ‘경선 전 단일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비노계 및 중도파는 친노 대 비노로 구도를 짜면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민집모 등 비노 진영은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친노 중심으로 꾸려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원내대표는 비대위 당연직이기 때문에 반드시 탈환한다는 각오다.

특히 민집모 등 중도파 의원 10여명은 만찬회동을 갖고 경선이 아닌 중도 후보 합의추대론을 꺼내들었다. 이들은 7일 후보 4인 담판을 통한 중도 후보 합의추대론을 후보들에게 공식 제안한다는 방침이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윤근 이목희 의원 역시 단일화 여지가 있다. 이 의원은 단일화에 부정적이면서도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하자고 우 의원과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민집모 단일화에 따른 3파전을 감안할 경우 각 후보들은 30표 안팎의 기본표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범친노계의 결집력과 호남표의 분산 정도, 친노 견제론 등이 변수로 꼽힌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