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의 내비게이션’ 비밀을 찾다… 노벨 생리의학상 존 오키프·마이브리트 모세르·에드바르드 모세르

입력 2014-10-07 03:35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뇌 속의 길 찾기 시스템의 비밀을 잇달아 규명한 과학자들이 차지했다.

스위스 카롤린스카 노벨상위원회는 “2014 노벨상 생리의학 부문 수상자로 영국 런던대 존 오키프,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마이브리트 모세르·에드바르드 모세르 등 3명을 선정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들은 뇌에 내장된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비밀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오키프 교수는 미국과 영국 이중국적자다. 마이브리트와 에드바르드 모세르 교수는 부부다. 오키프 교수는 상금의 절반인 400만 크로나, 나머지 절반은 모세르 부부에게 수여된다.

뇌 질환에 걸리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세가 길을 잃는 것이다. 한번 가본 길을 언제라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사한 지 1주일이 지나도 집을 못 찾는 ‘길치’도 있다.

오키프 교수 등은 이들의 기억 차이가 뇌 안에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했다. 오키프 교수는 1970년대 ‘장소 세포(place cell)’의 존재를 처음 밝혀냈다. 장소 세포는 특정 위치에서만 작동한다. 예를 들면 출근길에 집을 나온 뒤 다섯 걸음을 걸어 장미나무를 만날 경우 그에 맞는 장소 세포가 전기신호를 보낸다. 퇴근길에 집 앞에서 장미나무를 보면 같은 장소 세포가 다시 작동한다.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특정 위치를 파악하는 것뿐 아니라 전체 공간에서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도 알아야 한다. 지도에서 위도와 경도를 파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세르 부부는 2005년 뇌에도 이 역할을 하는 ‘격자 세포(grid cell)’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들은 생쥐가 상자 안에서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오갈 때 뇌 신호를 분석해 내후각피질에 있는 신경세포가 일정 거리마다 집단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알아냈다. 이를 평면에 표시하니 상하좌우로 거리가 일정한 격자들이 만들어졌다. 이 격자 세포는 생쥐가 상자를 상하좌우 일정 간격으로 나눈 특정 지점을 지날 때만 작동했다. 생쥐는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서유헌 한국뇌연구원 원장은 “알츠하이머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기면 가장 먼저 장소 세포와 격자 세포가 손상을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오키프 교수 등의 뇌 내비게이션 연구는 이런 뇌 질환을 일찍 찾아내고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