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에서 책값을 넘는 돈을 받으면 처벌받게 될 전망이다. 국회 논의 과정이 남아 있지만 출판기념회가 불법적인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변질돼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전체위원회의를 열어 출판기념회 제도 개정 의견을 확정하고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경우 출판사가 현장에서 정가 판매만 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국회의원 등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정가 판매 외에 금품을 받거나 기부하는 행위에 대해선 처벌하도록 한다는 의견도 포함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일 전 90일 이후 후보자와 관련 있는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만 규정돼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자금법에서 규정한 정치자금 모금 방법 외에 어떠한 편법적인 모금 행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책값은 더 받을 수 없도록 했지만 모금 총액은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책을 다량 구매하는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편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출판기념회 개최 이틀 전에 선관위 사전 신고를 의무화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선관위는 현행대로 후원회가 출판기념회를 열고, 연간 후원금 한도액 내에서 모금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개혁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폐기했다.
정치권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당 혁신실천위원회에서 이미 출판기념회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었던 만큼 선관위의 개선안을 적극 수용하고 대안 마련에 함께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선관위에서 강도 높은 개정 의견을 내더라도 결국 국회에서 입법 작업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밖에 선관위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범죄로 기소될 경우 기탁금과 선거비용 보전을 유예했다가 무죄가 확정된 후 지급하도록 하고, 당선무효가 된 사람이 돌려받은 기탁금과 선거비용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인적사항을 공개하도록 했다. 또 국회의원 선거에서 득표율이 2% 미만이면 정당 등록을 취소하도록 한 규정을 두 차례 연속 선거에서 2% 미만이어야 취소하도록 완화하는 의견을 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정치인 출판기념회서 책값 넘는 돈 받으면 ‘처벌’
입력 2014-10-07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