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파격적인 방남(訪南)이 이뤄진 가운데 북·중 관계에는 수교 65주년을 맞은 6일에도 냉기류가 흘렀다. 특히 북한 매체들은 방남 이후 대남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중국과 수교 기념일을 맞았지만 북한 신문과 방송 어디에도 북·중 관계와 관련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매년 10월 6일이면 ‘논설’을 통해 북·중 수교 기념일을 축하하고 중국과의 친선 강화 의지를 피력해온 노동신문의 침묵은 이례적이다. 지난해에도 ‘친선 관계 발전의 힘 있는 추동력’이란 글에서 양국을 ‘피로써 맺은 친선’이라고 표현하는 등 김정은 체제에서 북·중 관계 강조는 계속됐다. 특히 북한이 의미를 부여하는 ‘꺾어지는 해’(끝자리 숫자가 ‘0’이나 ‘5’인 해)인 올해에 조용하게 있는 것은 더욱 이상한 일이다.
침묵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해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도 북·중 수교를 언급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일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북한 주재 중국대사와 북측 친선협회가 해마다 주최했던 친선 연회 소식도 올해엔 들리지 않았다. 올해 중국 국경절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축전에는 과거와 달리 ‘조·중 친선’이라는 표현이 없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 표현을 서슴지 않던 북한 매체들은 인천에서 열린 남북 오찬회담 개최 이후 대남 비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노동신문은 5일자에 황 총정치국장 일행이 방남을 위해 전날 평양을 출발했다는 기사에 이어 6일자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연방제’ 통일방안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는 글을 실었다. 우리 측 단체가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재중동포 단체가 연방제 통일방안을 찬양했다는 등 화해 분위기를 담은 기사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이 남측의 태도를 지켜보다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대남 비난을 재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편 북한이 ‘제61회 세계군인 육군 5종 선수권대회’에 불참하게 됐다고 대회조직위원회가 밝혔다. 앞서 북한은 8일부터 16일까지 경북 영천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임원 5명과 선수 10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을 보내기로 했지만, 지난 4일 선수 부상을 이유로 국제군인스포츠위원회(CISM)를 통해 불참을 통보했다. 북한 실세 대표단의 방남으로 남북이 대화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고려해 볼 때 ‘선수 부상’ 외의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北 매체 대남 비난 ‘뚝’… 북·중 수교 65주년에도 조용
입력 2014-10-07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