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지난 4월 16일 침몰한 이후 각종 의혹과 설(說)이 난무했다. 검찰은 5개월간 진행된 수사 결과를 6일 발표하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들을 내놓았다. 충돌설·폭침설, 국가정보원 개입설, 구조 고의 지연설, 유병언 정관계 로비설 등 대부분 의혹들이 근거가 없거나 부풀려졌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충돌·폭발 흔적 없다”=세월호 사고 직후 한 어업지도선이 촬영한 영상에는 선체 오른쪽 바닥에 움푹 파인 듯한 하얀색 흔적이 포착됐다. 이를 토대로 다른 선박 또는 암초와의 충돌설이 제기됐다. 검찰은 “하얗게 보이는 부분은 도색이 변색 또는 탈색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움푹 파이거나 구멍이 생긴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세월호 내 CCTV 등 각종 영상과 사진을 봐도 충돌에 의한 흔들림은 없었다”고 밝혔다.
해경이 가장 먼저 구조한, 마스크를 쓴 의문의 남성과 관련해 ‘고도로 훈련을 받은 마스크맨이 세월호를 폭파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검찰은 “마스크를 쓴 채 구조된 사람은 세월호 조기수(배의 기관을 조종하는 선원)로 확인됐다. 또 선체가 폭발한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입설, CCTV 조작설 일축=지난 7월 세월호에서 수거된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적사항’ 파일이 발견되자 국정원이 세월호 실소유주이거나 증개축 등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은 “국정원은 국정원법, 보안업무규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해 국가보호장비 지정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세월호 CCTV 영상과 영상저장장치(DVR)의 시간이 3분 차이가 나고 CCTV가 사고 발생 시간보다 18분 빨리 꺼진 사실이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누군가가 CCTV를 조작하거나 고의로 작동을 정지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기기의 오작동·고장 등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해군과 해경의 초단파무선통신(VHF) 교신 기록이 다른 이유는 해경구조함이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멀리 떨어져 있어 통신을 수신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사고 직후 잠수사 투입 지연, 언딘 때문 아니다”=검찰은 해경이 구난업체 언딘에 특혜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당일 등 사고 직후 잠수사 투입이 언딘 때문에 지연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해경이 잠수사들의 안전을 위해 해군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고, 해군도 자체 판단에 따라 접근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고 다음 날 아침까지 강한 조류 때문에 해군·해경조차 제대로 구조 활동을 하지 못했던 사실과 언딘 협력업체의 민간 잠수사가 투입되지 못한 점도 거론했다.
검찰은 ‘골든타임’을 놓쳐 논란이 됐던 122구조대 등과 현장에 즉각 출동하지 않은 목포해경서장, 첫 신고를 받으면서 시간을 지체시킨 목포해경 상황실 관계자 등에 대해선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법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유병언 정관계 로비설, 증거 없다”=세월호 선사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유력 인사들에게 광범위한 로비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유씨 사돈이 50억원 상당 골프채를 구입해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구입한 골프용품은 4년 동안 3000만원에 불과했고 본인과 부인 등이 이를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유병언의 가방에서도 고가의 시계, 만년필 세트, 하모니카 등 애장품이 나왔을 뿐 로비리스트나 비밀 장부는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남은 의혹은 특검의 몫으로=검찰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병언 일가의 은닉재산 추적 등 남은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사실상 세월호 수사가 마무리됐다는 입장이지만 유족을 중심으로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이 많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청와대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역할과 책임, 유병언 일가의 정관계 로비설 등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미진한 의혹 해소는 특검의 몫으로 남겨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세월호 수사 결과 발표] 선체 바닥 파인 듯한 흔적은 도색이 변색된 것
입력 2014-10-07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