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자위대의 미군 지원 범위를 ‘평시’ ‘일본 유사(有事)’ ‘주변사태’ 등으로 구분한 규정을 사실상 철폐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위대가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범위와 시점이 현재보다 크게 확대될 수 있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자위대가 우리 영토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위대 활동은 우리의 요청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6일 일본이 공격받는 유사 사태가 없더라도 자위대가 ‘미군 보호’ 등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곧 발표될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중간보고서에 유사 전 단계에서 자위대가 미 군함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 보호’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방호 대상에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중국의 도발에 대응하는 미군 군함’ ‘북한 탄도 미사일에 대응하는 미국 군함’ 등을 포함시켰다.
‘한반도 유사시’ 등으로 무력행사 범위가 제한됐던 ‘주변사태’ 조항에 이어 ‘일본 유사’ 단서까지 폐기되면 사실상 자위대 활동의 공간적·상황적 규제가 무의미해진다. 아사히신문은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주변국에서 평화,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에 미군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일은 8일 가이드라인 중간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은 중간보고서 발표에 앞서 이날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데이비드 시어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보내 우리 정부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들은 윤병세 장관과 이경수 차관보,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을 차례로 만났다. 이 차관보는 회동 뒤 “한반도 안보와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우리 요청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가이드라인 개정 협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7월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함에 따라 부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이 헌법 해석 변경에 이어 향후 ‘대미(對美) 지원 신법(新法)’ 제정 등 법률도 정비해 ‘무기·탄약 제공’ 등 형태로 우리 영토에 대한 무력 개입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는 “자위대의 국내에서의 무력사용은 국내법에 따라 국회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미·일, 자위대 방위지침 개정 합의 논란에 “한국 요청 없이 활동 불가” 전달
입력 2014-10-07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