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 간부들이 세월호 구난업체 선정 과정에서 ‘언딘’ 측에 각종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형 잠수지원용 바지선이 언딘 소속 선박보다 30시간 정도 먼저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작업에서 배제했고, 이런 사실을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숨겼다.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된 해경 123정은 수색 및 인명구조 업무의 기본 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사고 당일부터 언딘과 계약 강요=6일 기소된 최상환 해경 차장은 2009년 부하 직원의 소개로 언딘 김윤상 대표를 만난 뒤 지속적으로 친분을 유지했다. 언딘 측은 최 차장과 박모 해경 수색구조과장, 나모 경감 등에게 명절 때마다 수십만원 상당의 울진대게나 송이 세트를 선물하며 ‘관리’해 왔다. 최 차장 등은 이 대가로 평소 언딘 측에 해상 선박사고 관련 정보를 흘려줬다.
최 차장은 사고 당일인 4월 16일 오후 청해진해운과 언딘 측이 구난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고를 받고 실무자에게 “언딘 바지선(리베로호·1176t)이 현장에 빨리 갈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리베로호는 진수식만 했을 뿐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상태라 관련 법상 출항이 금지된 선박이었다. 그러나 최 차장은 안전검사도 받지 않은 리베로호 투입을 ‘지휘부 방침’으로 결정했다.
수색·구조전용 현대보령호(2202t)가 리베로호보다 30여 시간 이른 4월 22일 0시40분쯤 사고 해역에 도착했지만 해경 간부들은 “필요할 때까지 대기하라”며 작업 투입을 시키지 않았다. 최 차장은 이를 보고받고도 당일 실종자 가족 브리핑에서 리베로호의 우수성만 설명할 뿐 현대보령호 투입 배제 사실은 의도적으로 숨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123정 퇴선 유도는 안 하고 ‘수수방관’=목포해경 소속 123정은 4월 16일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2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가 출동 명령을 받았다. 김경일(53) 정장은 현장지휘관(OSC)으로도 지정됐다. 그러나 그는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세월호와 교신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다. 오전 9시26분과 28분 세월호 항해사가 국제조난주파수인 VHF 16번 채널로 123정과의 교신을 시도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사고 상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그저 현장으로 향했던 셈이다. 123정이 세월호에 접근해 처음으로 한 일은 조타실에 모여 있던 이준석 선장 등 선박직 선원들을 구명정에 태운 일이었다. 승객 대부분이 갑판이나 해상에 보이지 않았음에도 퇴선 방송을 하거나 선원들에게 승객 퇴선 유도를 지시하는 등의 구호 조치는 없었다. 검찰은 “승객들이 침몰하는 세월호의 복도 또는 객실 등에 대기하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김 정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한 것은 그를 대형 참사의 공범으로 본다는 뜻이다. 김 정장은 4월 28일 기자회견에서 “도착과 동시에 ‘승객 전원 탈출하라’는 대공 방송을 했다”는 거짓말도 했다.
◇“유병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있다”=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청해진해운을 직접 경영하면서 세월호 도입과 증개축, 운영 등에 관여한 것으로 결론냈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세월호의 구조적 문제점을 보고받고도 과적 운항을 묵인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동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씨는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 처분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세월호 수사 결과 발표] 해경 고위층, 언딘에 독점 구난업무 맡기려 압력 행사
입력 2014-10-07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