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계파 대리전?… 새정치 원내대표 경선 ‘친노-비노’ 격돌

입력 2014-10-07 03:04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이 4파전으로 시작됐다. 계파·성향·지역별 다양한 후보들이 9일 치러지는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친노(친노무현)계 대 비노(비노무현)계’, 혹은 ‘진보 대 중도’의 격돌이 예상된다. 여기에 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계파 간 이해와 내년 초 전대를 앞둔 차기 당권주자들의 복잡한 정치셈법이 작동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위기상황임에도 ‘추대’로 원내대표를 뽑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당내 갈등만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피할 수 없는 계파 대리전=6일 후보 등록을 마친 원내대표 출마자는 4선의 이종걸 의원, 3선의 우윤근 주승용 의원, 재선의 이목희 의원 등이다. 우 의원과 이종걸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가 예상됐고, 주 의원과 이목희 의원은 끝까지 고심하다 도전장을 냈다.

전남에 지역구를 둔 우 의원은 범친노계와 호남 의원들의 지지가 예상된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중책을 맡은 이후 친노계와 가까워졌다. 성향은 중도로 분류된다. 원내수석부대표,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지내 대여 협상 및 당무에 밝다. 정책위의장으로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다. 우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끝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더 큰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직전에 사퇴한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가깝고, 강경파들이 세월호 협상에 불만이 많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비노 진영에서는 이종걸 의원과 주 의원이 나섰다. 둘 다 안철수·김한길계가 포진한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이다. 주 의원은 중도 성향이고, 이와 비교하면 이 의원은 진보 성향이다. 이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세월호 협상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며 “협상 주자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민집모 및 중도 성향 표에다가 호남표 일부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철수·김한길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냈다.

가장 진보적인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목희 의원이다. 고(故) 김근태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진보적 초·재선 모임인 ‘더 좋은 미래’ 소속이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선언문에서 “야당성을 복원하고 기획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기획본부장을 지냈다.

◇이유 있는 단일화 시나리오, 양자 구도 가능성=겉으로는 4파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3자 혹은 양자 구도다. 이종걸 주승용 의원의 단일화는 시간문제다. 민집모는 오찬회동을 통해 ‘경선 전 단일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두 사람 중 득표력이 좋은 사람으로 단일 후보를 낸다는 복안이다. 주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 등록을 한 뒤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비노계 및 중도파는 친노 대 비노로 구도를 짜면 승산이 높다는 판단이다. 민집모 등 비노 진영은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친노 중심으로 꾸려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원내대표는 비대위 당연직이기 때문에 반드시 탈환한다는 각오다.

우윤근 이목희 의원 역시 단일화 여지가 있다. 이 의원은 단일화에 부정적이면서도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하자고 우 의원과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민집모 단일화에 따른 3파전을 감안할 경우 각 후보들은 30표 안팎의 기본표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범친노계의 결집력과 호남표의 분산 정도, 친노 견제론 등이 변수로 꼽힌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