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섬세함·장대한 감성 중국 두 거장 작품 선보인다

입력 2014-10-08 02:23
1930년대 중국 여류 천재작가 샤오홍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쉬안화 감독의 ‘황금시대’. 최근 한국으로 시집온 탕웨이가 주인공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선사한다. 판씨네마 제공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여파로 이별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삶을 그린 장이머우 감독의 ‘5일의 마중’. 세계적인 배우 궁리가 아내 역을 맡아 절정의 연기를 보여준다. 찬란 제공
11일까지 열리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중국의 두 거장 감독이 나란히 작품을 들고 참가해 관심을 모았다. 아시아 거장 감독의 신작을 선보이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각각 초청된 '황금시대'의 쉬안화(67) 감독과 '5일의 마중'의 장이머우(64) 감독. '황금시대'는 최근 김태용 감독과 결혼한 탕웨이가 주연을 맡고, '5일의 마중'은 중국 최고의 여배우 궁리와 장이머우 감독의 7년 만의 재회로 화제가 됐다.

◇중국 근현대사 풍경의 미학=‘황금시대’는 1930년대 중국의 천재 여류작가로 손꼽히는 샤오홍의 일대기를 담은 대하드라마다. 서른한 살에 지병으로 죽기까지 10년간 100편의 작품을 남긴 샤오홍의 삶과 문학을 당시 중국의 풍경과 함께 촘촘하고 세밀하게 따라가는 영상이 볼만하다. 영화는 중·일 전쟁이 발발한 격랑기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샤오홍의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

‘5일의 마중’은 중국 작가 옌거링의 소설 ‘육범언식’이 원작이다. 마오쩌둥 주도의 문화대혁명(1966∼1976)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문화대혁명 여파로 남편 루옌스와 가슴 아픈 이별을 2차례나 겪은 펑완위는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 남편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매달 5일에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가는 펑완위의 사부곡(思夫曲)을 서사적으로 그려냈다.

◇섬세한 연출과 장대한 영상=쉬안화 감독은 1979년 ‘풍겁’을 시작으로 ‘서검은구록’(1987) ‘반생연’(1997) ‘심플라이프’(2011) 등을 내놓으며 홍콩 뉴웨이브를 이끈 여성 연출가다. 그는 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실험 같은 걸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샤오홍의 문학적 감수성과 천재성을 주변 인물들의 증언 등을 통해 여성 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담아 공감을 이끌어냈다.

지난 10년간 화려한 블록버스터를 주로 연출했던 장이머우 감독은 ‘5일의 마중’으로 예전의 담백하고 서정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기다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류가 영원한 희망을 품고 사는 이유”라면서 “너무나 비참하고 힘든 현실에서도 인간의 꺼지지 않는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역사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장대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냈다.

◇탕웨이의 변신과 궁리의 완숙미=‘황금시대’의 주인공 탕웨이(35)는 불우했던 천재작가 샤오홍의 삶을 참신한 이미지의 연기로 그럴듯하게 해냈다. ‘색, 계’(2007)에서 보여줬던 요염한 이미지는 간데없고 문학을 위해 청춘을 모두 쏟아내는 작가로 거듭났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2년 동안 열심히 정말 행복하게 찍었다”며 “이후 남편까지 만나 저에게는 더 큰 행운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장이머우 감독과 ‘황후화’ 이후 7년 만에 재회한 세계적인 배우 궁리(49)는 ‘5일의 마중’에서 “역시 궁리!”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완숙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으로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궁리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어려웠고 내게는 하나의 큰 도전이었다”며 “완전히 새로운 궁리를 관객에게 선보인 것”이라고 털어놨다.

16일 개봉되는 ‘황금시대’(12세 관람가)는 러닝타임이 3시간에서 2분 모자라는 178분이다. 극적인 장면과 특별한 기복 없이 흐르는 세월을 담담하게 그려내 자칫 지루해할 수도 있겠다. 8일 개봉되는 ‘5일의 마중’(전체 관람가)은 109분으로 비교적 짧다.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가 중년 관객에게는 어필할 수 있겠지만 젊은층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