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 고교생 남녀가 건넨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입력 2014-10-08 02:21
바닷가에서 사는 남녀 고교생의 시선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의 한 장면. 티캐스트 제공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죽음은 또 어떤 것인가. 9일 개봉되는 일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는 이런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인생 경험을 많이 한 어른도 아닌 고교생 남녀 주인공을 통해. 8월 대보름 축제가 한창인 아마미 섬의 밤바다에 시체 한 구가 떠오른다. 영화는 떠들썩한 섬사람들 사이에서 뭔가 감추고 있는 듯한 고교생 카이토와 쿄코에게 초점을 맞춘다.

죽음을 앞둔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 중인 쿄코, 이혼한 아버지가 도쿄로 떠나고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카이토. 둘은 수시로 바닷가를 거닐고 자전거를 타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헤엄을 잘 치는 쿄코에게 파도는 익숙하지만 물을 싫어하는 카이토에게 바다는 두려운 존재다. 거센 태풍이 섬 전체를 덮치고 둘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눈부신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일본의 대표적인 시네아스트(불어로 영화인) 가와세 감독은 1992년 단편 다큐멘터리 ‘따뜻한 포옹’으로 영화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첫 장편 ‘수자쿠’(1997)로 제50회 칸 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이후 ‘사라소주’(2003) ‘너를 보내는 숲’(2007) ‘하네즈’(2011)로 꾸준히 칸의 문을 두드렸다. 이 가운데 ‘너를 보내는 숲’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와세 감독의 다섯 번째 칸 진출작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는 경쟁 부문에 오른 유일한 아시아 영화로 주목받았으며, 미국 토론토 국제영화제, 체코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잇따라 초청돼 화제를 낳았다. 영화는 신비로운 섬을 배경으로 해변에 떠오른 시체를 발견한 소년과 소녀가 삶과 죽음을 목도하며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 ‘장소에 대한 기억’을 영화에 담아내는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살아 꿈틀거리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포착했다.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장면은 끝없이 펼쳐지는 천들의 율동처럼 보이고, 상공에서 스쳐 지나며 촬영한 숲의 행렬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내면 풍광을 잡아낸 섬세한 연출력도 돋보인다.

소년 카이토 역을 맡은 무라카미 니지로와 소녀 쿄코를 연기한 요시나가 준은 차세대 연기파 배우의 탄생을 알렸다. “몸의 온기는 사라지더라도 마음의 온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명대사와 두 주인공이 깊은 바다 속에서 손잡고 수영하는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청소년들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이지만 선정적인 일부 장면 때문에 청소년관람불가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