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이란 여성, 男 배구 경기 보려다 교도소 신세

입력 2014-10-07 03:14
20대 영국계 이란 여성이 남자배구 경기를 관전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100일 동안 독방에서 지내다 지난 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고 영국 언론 가디언이 6일 보도했다.

영국인 어머니와 이란 의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곤체 가바미(25)는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 대학(SOAS)에서 법학을 전공한 엘리트로 이란에서 여권신장 운동을 벌여왔다.

가바미는 지난 6월 테헤란 아자디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이탈리아의 남자배구 시합을 관전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들어가려다 당국의 제지를 받고 경찰에 끌려갔다. 이란의 이슬람 법령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 관람객이 많이 오는 대형 체육시설에서 경기를 관전할 수 없게 돼 있다.

일단 보석으로 풀려난 가바미는 1주일 만에 소지품을 찾으러 갔다가 다시 체포돼 독방에 수용됐다. 하지만 가바미는 에빈 정치범 교도소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며 5일째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에빈 교도소는 북한의 요덕 수용소와 함께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로 알려져 있다.

가바미의 어머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독방 수용과 단식으로 딸의 건강이 심각한 상태”라며 “딸이 단식을 풀 때까지 나도 단식하겠다”고 밝혔다.

가바미 측 주장과 달리 이란 당국은 “스포츠 관전은 쟁점이 아니며 가바미가 체제에 도전하는 선전을 한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란 인권운동가 300여명은 지난주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가바미의 인권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정부도 우려를 표명했다.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