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관절염, 퇴행성 연골 마모서 유발… 류마티스 조기진단 중요

입력 2014-10-07 02:02
나경선 (나경선내과 원장)

며칠 전 65세의 여성분이 진료실을 찾았다. 2년 전부터 무릎, 발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손가락 관절과 손목의 붓는 증상과 더불어 통증이 심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시골집 근처 병원에 다니며 약도 먹고 물리치료도 받고 있었는데 더 악화되는 느낌에 방문했다고 했다. 오랜 시간 퇴행성 관절이 있었고, 농사철을 지나며 일이 많아져 그런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고 했다. 관절 초음파 등을 통해 진찰한 결과 단순한 퇴행성이 아닌 손목과 손가락, 무릎 등 여러 관절에 물이 차고 활액막이 두꺼워져 있는 전형적인 류마티스관절염임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우측 손목에는 이미 뼈가 손상된 상황이었다.

사람은 일생 중 한번은 관절이나 관절 주변의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일을 많이 해서, 운동을 심하게 해서 또는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등의 이유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반드시 관절통증과 관절염증을 구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관절 안에 염증이 생기는 관절염증의 경우 자체 통증뿐 아니라 부어 있고 누르면 통증이 심해지는 압통이 동반된다. 관절염은 외상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이 저절로 낫지 않고 오랜 시간 지속되는 만성 질환이다. 관절염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질환으로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통풍, 루푸스 등이 있다. 가장 흔히 보이는 퇴행성관절염은 엄밀히 관절염증보다는 연골의 마모가 주요한 특징이지만, 일시적으로는 관절염증을 동반하여 관절이 붓고 물이 차기도 한다.

관절염증의 증상이 나타난 지 수 개월이 지났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의 경우, 2년 안에 관절의 손상과 파괴가 발생하고 이미 발생한 관절의 변형은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질환인지 파악하는 조기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병의 증세가 심해지기 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효과도 높을 뿐 아니라 완치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만성 관절염은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증상이 있으면 빠른 시일 내에 진단하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관절염은 치료제가 없고 진통제로 통증만 가라앉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최근에는 최신 치료제의 개발로 증상 완화의 수준을 넘어 일부 환자는 완치에 이르는 것도 가능해졌다. 적시적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치료가 가능하고 환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관절의 손상과 파괴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현대의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또는 암과 같은 중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90세는 거뜬히 넘겨 사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수의 길에 관절염이라는 복병을 조심해야 한다. 장수가 고통이 아니라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관절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절이 붓고 통증이 느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류마티스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건강한 100세 시대를 현명하게 준비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나경선 (나경선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