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속담에 ‘모국어가 두뇌를 키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려인들이 모국어처럼 한국어를 사용하는 그날까지 꿈을 위해 한 발짝씩 내딛고 싶습니다.”
6일 오전 서울 이화여대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신 옐레나(36·여)씨가 서툰 한국어로 또박또박 포부를 밝히자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학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신씨는 카자흐스탄에서 한글학교 교사로 일했던 고려인이다.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주최로 열린 ‘제23회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대회’에 출전했다. 대회장에선 과테말라 러시아 등 8개국 출신 참가자 10명과 이들을 응원하는 친구 400여명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남미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랭클린 사샤(33·여)씨는 빨간 한복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서’라는 한국 이름을 소개하며 다문화가정 출신을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사회에 아쉬움을 표했다. 사샤씨는 “얼마 전 ‘한서씨, 고향에 돌아와서 좋겠네요’라고 말해주시는 한국 사람을 만나 눈물이 핑 돌고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며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고 한국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가정 사람들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마마탈리에바 즐드즈칸(21·여)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에서 다시 대학생활을 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이야기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 친구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부터 자신감이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며 “그러나 수업시간에 가능성을 보고 장점을 살려줘 바보 온달을 훌륭한 장군으로 만든 평강공주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즐드즈칸씨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하며 “평강공주 같은 선생님들께 한국어 재밌게 배워 훌륭한 장군 돼 당당히 고향에 돌아가자”고 외치자 환호가 터져나왔다.
대상은 ‘다르고도 비슷한 한국과 일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구로다 시요코(22·여)씨에게 돌아갔다. 구로다씨는 “‘안녕하세요’보다 ‘넌 날 원해, 넌 내게 빠져, 헤어날 수 없어’라는 동방신기 노래 가사를 먼저 배웠다”며 “K팝에서 헤어날 수 없어 한국에 왔는데 지금은 일본어와 비슷한 한국어에 관심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가 “마트 아줌마의 ‘이건 무농약이에요’라는 말이 ‘코레 무노야쿠데스요’라는 일본어와 비슷해 ‘무농약’이란 어려운 단어를 몰라도 좋은 콩나물을 샀다”고 말하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구로다씨는 “교환학생 기간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 졸업하면 일본과 한국이 함께 협력하는 과정을 돕고 싶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외국인들의 ‘한국말 수다’… 한글날 맞아 梨大 ‘한국어 말하기 대회’서 실력 뽐내
입력 2014-10-07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