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의 즉각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보다 여유롭게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경기 모멘텀 개선 신호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엠투자증권 강현기 연구원은 6일 개장 전 코스피지수가 달러 강세, 실적 우려에 따라 기존의 박스권(주가가 일정 폭에서 등락하는 것)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냉정해질 것을 주문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급등해 6개월 만에 장중 달러당 1070원을 넘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캐리트레이드(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거래) 청산에 몰두했고 코스피지수는 1960선으로 추락했다.
◇급락 부른 ‘슈퍼 달러’=금융투자업계는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달러 강세가 가속화됐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확연한 매도세로 전환했다고 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일 이후 55원이나 올랐고,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4100억원을 넘게 내던졌다. 외환시장의 변덕이 주식시장의 수급 악화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하루 중 변동폭(일중 최고가-일중 최저가)은 평균 4.9원으로, 지난 2월(5.4원) 이후 7개월 만의 최대폭을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달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3644억1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31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감소폭은 2012년 5월(59억7000만 달러 감소)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크다. 달러화의 가치가 높아지며 한은이 함께 보유한 유로화·파운드화 표시 자산의 달러화 환산 가치가 줄어든 탓이다.
계속된 강(强) 달러 흐름에 아시아 신흥국에서는 자금 회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한국뿐 아니라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도 순매도로 돌아섰다. ‘ATM(현금자동인출기) 신흥국’을 부추기는 달러 강세 흐름은 당분간 계속된다는 전망이 높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가파른 강 달러 흐름에 상승 압력이 예상돼 이번 주 1080원 선의 저항선을 확인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절망적 3분기 전망=코스피 급락의 빌미를 제공한 핵심 변수에는 달러 강세 이외에도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있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이날 발표한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절망적이다. 지난해 3분기보다 순이익은 31.6%, 영업이익은 16.2% 줄어들었다는 게 이 증권사의 계산이다. 셈을 고치는 동안 3분기 순이익 합계는 지난 한 달간 17.1% 내려잡히기만 했다. KTB투자증권은 “중간재 가격 약세, 중국 수요 부진과 수출 증가율 둔화 등이 기업 실적을 훼손하기에 충분했다”며 “하향 조정 기업 수가 상향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실적 쇼크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기정사실화된 어닝 쇼크 우려 한복판에 대장주 삼성전자가 자리잡았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7일 전년 대비 반 토막의 잠정 영업이익을 공시하리라고 예상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Spectrum)가 증권사 3곳 이상의 의견을 평균(컨센서스) 낸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31.25%, 전년 동기보다는 51.38% 하락할 전망이다. NH농협증권 이아람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한 달 새 30% 하향 조정됐다”며 “실적 우려가 국내 수출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30선 하락도 가능”=증권가가 제시하는 코스피지수의 예상 밴드는 예전보다 확연히 내려잡혔다. 아이엠투자증권(1920선)에 이어 1930선을 언급한 증권사도 나타났다. 키움증권 마주옥 전지원 연구원은 이날 “최근 주가 조정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라면서도 “최악의 경우 1930 부근이 단기적인 저점”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현재 주가 상태를 ‘매수 찬스’라며 낙관했다. 삼성증권 박정우 연구원은 “국내 통화정책이 추가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 기조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상향 조정된 박스권이 다시 낮아지진 않을 것” “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추가 하락 리스크는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슈퍼 달러·어닝쇼크 공포에 코스피 1970선도 와르르
입력 2014-10-07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