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12일부터 26일까지 가을전시를 재개한다. 간송미술관은 1971년부터 해마다 봄과 가을에 딱 두 번 기획전을 개최해오다 올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공간을 옮겨 전시하는 바람에 봄 기획전을 열지 못했다.
87회째 기획전인 이번 가을전시의 제목은 ‘추사정화(秋史精華)’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추사 작품 가운데 정수만을 엄선했다. 추사의 초기 작품부터 말년 작품까지 44점을 통해 추사체가 정립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추사는 붓글씨와 사군자뿐 아니라 ‘세한도’ 등 그림도 많이 남겼다. 행서체가 대구를 이룬 ‘직성수구’는 “곧은 소리는 대궐 아래 머무르고, 빼어난 구절은 하늘 동쪽에 가득하다”라는 내용의 글씨로 30대 시절 추사의 올곧은 정신을 엿보게 한다. “꽃이 지면 열매 맺다”라는 뜻의 화제가 붙은 난 그림 ‘염화취실’(사진)은 추사의 ‘난맹첩’에 실린 작품으로 그의 사군자 실력을 살펴볼 수 있다. 뜻 높은 선비가 산책하는 모습을 그린 ‘고사소요’는 ‘세한도’의 탄생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봄바람처럼 큰 아량은 만물을 용납하고, 가을 물 같이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행서체 ‘춘풍추수’는 말년 작품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추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이번에도 무료 관람이지만 관람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점이 달라졌다. 전시가 열리는 보화각 입구부터 바깥까지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은 다시 보기 어렵게 됐다(070-7774-2523).
이광형 선임기자
2014년 가을 간송 전시 줄 안서고 예약제로!
입력 2014-10-07 02:49 수정 2014-10-07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