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가명·59)씨는 심방세동으로 허혈성 뇌졸중까지 앓았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박동하는 것으로, 불규칙한 움직임 탓에 혈액이 흐르지 않고 심방에 고이게 되는데, 이때 고여서 응고된 혈전(핏덩어리) 일부가 대동맥을 타고 뇌로 올라가 뇌경색을 유발한다.
혈전을 만들어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심방세동은 특히 뇌졸중의 주요 원인이 된다. 김씨처럼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은 심방세동 환자는 예방을 위해 혈전 생성을 막아주는 항혈전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현재까지 ‘와파린’이라는 약제가 1차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이에 최기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와파린을 복용해야 하는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다양한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와파린은 뇌졸중 예방 효과 면에서는 비교적 좋은 결과를 나타내지만 사용하기가 번거롭고 부작용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며 “가령 다른 음식이나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높기 때문에 환자는 피검사를 이용한 혈액응고 테스트를 항상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와파린은 효과가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치료구간(INR)이 상당히 좁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 치료구간을 벗어나면 약물의 역기능으로 출혈 위험이 높아져 뇌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 즉, 뇌졸중을 예방하려다 뇌출혈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의 설명처럼 심방세동 환자들은 와파린을 복용함으로써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있지만 뇌출혈 발생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뇌졸중 예방효과는 좋으면서 뇌출혈 부작용을 낮추는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들이 시판됐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아시아인의 특성은 와파린으로 인한 뇌출혈의 발생 빈도가 미국, 유럽 등 비(非)아시아인들보다 높다는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약물 부작용으로 뇌출혈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약물 처방에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 개발된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들은 임상시험에서 와파린과 비슷하거나 약간 우월한 뇌졸중 예방효과를 보인다.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들이 뇌졸중 전체 발생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 중 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에서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을 줄였다는 연구결과가 유일하게 보고됐다. 특히 프라닥사 고용량은 와파린에 비해 허혈성 뇌졸중 발생위험을 25% 감소시킨다는 임상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은 인종적인 특성 때문에 와파린 요법에 민감해 출혈발생 위험이 서구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가 와파린 대비 뇌출혈 감소 정도를 낮췄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발전이자 환자들에게는 큰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80세 이상에서는 전체 뇌졸중의 20∼30%의 원인이 심방세동이 될 만큼, ‘고령’은 심방세동의 중요한 위험인자이기 때문에 고령화 사회에서 심방세동의 관리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따라서 뇌졸중을 예방하는 약물치료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
허혈성 뇌졸중 예방 ‘프라닥사’ 급부상
입력 2014-10-07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