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하면서 성형은 필수죠. 요즘 성형을 고려하지 않는 애들을 보고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의 준말)이 지나치다고 놀려요.”
지난달 27일 서울 신사역 부근에서 만난 한 여대생은 취업하려고 해도 매번 면접에서 낙방하자 눈과 코를 성형하기 위해 성형외과를 방문했다고 했다. 그는 취업에는 6종 세트가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취업을 할 때 필요한 요건인 ‘스펙 5종’(학벌·학점·토익점수·자격증·어학연수)과 함께 제일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외모 스펙’이라고 꼬집었다.
취업 시즌을 맞아 최근 서울 강남의 신사동과 압구정동 일대에는 면접 대비 ‘취업 성형’을 위해 부모 또는 친구들과 병원을 방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해마다 취업시즌이 다가오면 외모를 고치기 위해 찾아오는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부쩍 늘어난다”고 했다.
취업 과정에서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성형을 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에 대학 새내기, 대학 예비졸업생들의 상당수는 성형을 고려하고 있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3명은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이들은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한다는 것만큼은 공통적이었다. 기업 서비스직을 준비한다는 20대 한 여대생은 “평소 입꼬리가 내려가 우울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웃는 인상을 만들기 위해 입꼬리 성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영업마케팅직을 지망한다는 한 남학생은 “눈꼬리가 올라가 인상이 사납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눈매교정술을 받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았다”고 답했다. 수차례 면접에서 낙방했다는 한 취업준비생은 “면접에서 인상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여자가 외모가 받쳐주지 않으면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면접 컨설턴트에게서 들었다. 성형비용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했다. 외모로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 때면 차라리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취업을 위해 성형을 했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는 적나라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30대 여성 김태희(가명)씨는 취업을 준비할 당시 눈과 코, 턱을 성형했다. 동양적인 외모가 취업에 불리하다고 느낀 김씨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성형수술을 해서 취업에도 성공했다고 했다. 김씨는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취업을 위해서도 성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 취업 문화에 일침을 던졌다. 최근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 JTBC ‘비정상회담’의 미국인 대표 타일러는 한국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외모를 개선하기 위해 성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1차 서류전형에서부터 사진을 필수로 요구하며 이를 통해 외모로 사람을 가른다. 외모가 벽이 되는 것”이라며 “이는 곧 불필요한 성형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취업과정부터 외모에 대한 지나친 평가로 차별을 받게 하고 있다”며 “성형은 이미 한국 노동시장에서부터 사회구조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어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최소의 장치로서의 제도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
누가 선남선녀를 ‘새로 고침’ 하는가… 성형 강요하는 사회
입력 2014-10-07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