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제약사들 효과 두배 베다퀼린 등 신약 개발… 한국 亞 최초 승인하고도 처방지원 늑장

입력 2014-10-07 02:36
대표적인 국제 인도주의 의료 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의 지상과제 중 하나는 다제내성과 광범위 내성을 포함한 개념인 약제내성 결핵의 극복이다. 이들은 약제내성 결핵을 인류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질병으로 인식하고 ‘Test Me, Treat Me(검사해 주세요, 치료해 주세요)’라는 구호와 함께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약제내성 결핵 치료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선언을 하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의료 담당 이사인 시드니 웡은 약제내성 결핵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와 관련해 “해마다 더 많은 환자들이 약제내성 결핵에 걸리지만, 현행 치료법은 이 전염병을 막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경향이다. 더 효과적이고 단기간에 이뤄지는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현재 전 세계가 이 질병을 이겨낼 전망은 암울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존 치료법으로 약제내성 결핵을 완치하려면 하루 평균 20알씩, 2년간 약 1만4600정의 알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리고 첫 8개월은 매일 독성이 강한 주사를 맞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부작용은 가려움증과 구토증상, 통증, 청력 상실, 정신 질환까지 신체의 모든 기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기존의 치료법들이 신체적, 정신적 부작용과 값비싼 치료비용에도 불구하고 50%가 되지 않는 저조한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최근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기존의 치료법과는 다른 신약들(베다퀼린, 델라마니드)을 새로이 출시하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베다퀼린의 경우 기존 치료법 대비 2배의 치료율을 보이며 음전 전환 시기를 기존 125일에서 83일로 42일가량 단축시키는 임상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다제내성 결핵군의 환자들에게서 87.1%의 음전율을 보이며, 기존 치료요법 대비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신약들은 다른 치료제들과는 상이한 기전으로 결핵균에 작용해 기존의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었던 환자들의 대체 불가능한 약제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경없는 의사회 역시 “이러한 신약을 결핵 치료 현장에 적극적인 도입해야 한다”는 의사를 적극 피력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에서도 약제의 필요성을 인식해 베다퀼린을 2012년 12월 신속 승인했으며, 유럽연합(EU) 집행 기관에서도 2014년 3월과 4월에 베다퀼린과 델라마니드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허가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결핵 퇴치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지난 3월 베다퀼린을 아시아 최초로 승인했다. 하지만 아직은 약제비용(건강보험 약가)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일선 치료현장에서 적극 도입되거나 처방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국내 의료계 일각에서는 “신약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약제의 보급과 사용”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반세기 만에 등장한 결핵 신약의 신속한 건강보험 지원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고, 결핵 퇴치를 더 앞당기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