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정형외과에서 팔 골절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받았던 한 초등학생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숨진 사실이 알려졌는데 당시 마취를 간호사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같이 의료 현장에서 비전문의 마취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 따르면 대학병원급 이상의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전신마취를 시행하는 2257개 병·의원 중에서 마취통증 전문의가 마취하는 경우는 월 50건 미만 수술하는 병·의원의 경우 1610개소 중 40개소(2.48%)에 불과했으며, 월 50건 이상 수술하는 병·의원(665개소)에서도 11.3%(75개소)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마취 관련 사고는 마취 전문의가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마취 전문의가 출장을 나오는 경우가 다수 있고, 간호사가 불법적으로 마취를 하는 경우도 간혹 적발되곤 한다. 의료법상 의사의 경우 마취 전문의가 아니어도 마취가 가능한지만 마취 전문의들은 외과의사가 마취를 하는 경우에 수술을 진행하면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어 환자를 위해 마취는 마취과 의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간호사의 경우는 단독으로 마취 시술할 경우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마취 전문의가 시행하지 않은 마취로 인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관련 학회에서는 △마취실명제: 요양급여 비용 청구 시 의사 이름, 면허 종별, 면허번호 기재 △비마취과 전문의가 행한 마취의 경우 보험급여 제한 △마취 전문의 초빙료 현실화 △차등수가제: 마취과 의사가 마취한 경우만 마취료를 주거나 차등 지급 △마취법, 고위험군 환자 마취 행위에 대한 보상 범위 확대 등을 제안했다. 또 마취안전성 강화를 위해 수면내시경 등 마취 시 마취과 의사의 감시관리 수가 신설 논의가 있었지만 현재 진척이 없는 상태인데 연준흠 상계백병원 마취과 교수(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정부가 마취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올해 중에 마련할 듯 보였지만 현재 분위기는 내년에나 다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학회가 제안한 정책이 도입되면 마취 관련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마취 전문의들은 ‘마취하 감시관리’(MAC: Monitored Anesthesia Care)를 통해 마취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술 또는 수술시 진정을 하는데 있어 마취과 의사가 옆에서 지켜보면서 약을 투여하고, 환자의 활력징후를 시술·수술 중 계속적으로 감시하기 때문에 환자의 안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이유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전국 병·의원 전문의 마취 11.3% 그쳐
입력 2014-10-07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