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경기 하방 리스크 중 하나로 ‘세수(稅收) 부족’을 지목했다. 세금 수입이 부진하면 정부 지출이 줄어 경기가 위축되고 성장률 저하를 가져온다. 정부는 빚을 내서라도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 하고 있지만 이 경우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생긴다. 또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제 활성화로 가계소득을 끌어올려 다시 세수를 늘린다는 정부의 기대효과가 실제로는 미미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6일 한은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업무설명 자료에서 “향후 성장경로에는 유로지역 경기 둔화 심화, 투자심리 회복 지연, 세수 부족 우려 등이 하방 위험으로 잠재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앞서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선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 장기화, 원화가치 변동성 확대 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이번에 세수 부족과 유럽 경기 둔화가 리스크 요인으로 추가된 것이다. 세수 목표 대비 징수실적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올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새누리당) 의원이 국세청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세수 진도율은 국세청 58.2%, 관세청 48.9%에 불과하다. 국세청의 세수 진도율은 매년 이맘때 60%를 넘었는데 올해 처음 50%대로 내려갔다. 박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세수 목표를 설정할 당시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으로 세입을 과다하게 추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조5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내수 부진으로 세금이 안 걷혀 8조∼9조원가량 세수 결손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정부는 경기 진작을 위해 17조3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세수 결손이 발생해 재정정책의 성장 제고 효과가 미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상반기 세입 추세가 하반기에도 그대로 이어질 경우 세수 부족이 경제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세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성장률 전망에 세수 부족이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세수 부족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은 것을 두고 일각에선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압박하는 정부를 향해 ‘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기획] 세금 2013년보다 안걷혀 세수 진도율 사상 최악… 한은 “稅收부족, 경기 활성화 발목”
입력 2014-10-07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