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은 K팝 가수들의 포장된 모습보다는 진솔한 모습을 더 원할 겁니다.”
한국인 2세로 미국 구겐하임 미디어그룹 내 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공동 회장 겸 크리에이티브 총괄을 맡은 재니스 민(44·사진). ‘매거진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가 K팝의 미래에 대해 조언하며 한 말이다.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2014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 기자회견에서다. 그는 구겐하임 미디어그룹의 양대 간판 매체인 할리우드리포터(THR)와 빌보드를 총괄하는 책임자 자리도 겸직하면서 미국 대중문화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할리우드리포터와 빌보드는 각각 영화와 TV,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힌다. 특히 빌보드가 매주 자체 집계 방식을 통해 발표하는 ‘빌보드 차트’는 전 세계 대중음악의 인기를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
뮤콘 참가를 위해 30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가 K팝 열풍에 대해 내린 진단은 이력에 걸맞게 냉철했다. 그는 “싸이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K팝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하지만 (K팝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국 등 서구에서 문화적 충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사람들이 K팝을 하나의 장르로만 보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 회장은 “미국 음악에는 팝, 컨트리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K팝도 싸이나 보이·걸그룹 음악 외에 다양한 것들이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싸이 이후 차세대 K팝 스타가 누가 될지는 모른다”면서 “누가 되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차세대 K팝 가수를 통해 K팝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음악 시장에 K팝이 자리 잡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을 물었다. 그는 “K팝은 댄스와 퍼포먼스, 노래 메이크업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유튜브를 보는 젊은 세대에 어필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처럼 완벽한 K팝의 장점이 단점으로도 작용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포장된 모습을 청중은 가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진솔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한때 미국의 기획사들도 보이그룹으로 어필했지만 팬들은 무대 뒷모습을 궁금해했다”면서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기획사에서 완벽하게 만들었지만 본인이 원하는 예술적 욕구를 직접 표출한 뒤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3회째인 뮤콘은 이날부터 사흘간 이태원 등지에서 진행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K팝 세계시장서 성장 한계 싸이나 보이·걸그룹 外 다양한 장르 보여줘야”
입력 2014-10-07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