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대화 정례화 이참에 뿌리내렸으면

입력 2014-10-07 02:30
박근혜 대통령이 6일 북한 최고위급 3인방의 깜짝 방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4일 밤늦게 인천공항을 출발했고, 이튿날이 일요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신속하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한 발언에는 오랜만에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끊어지지 않고 정례화로 발전되기를 바라는 ‘통일대박’ 대통령의 의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나 양측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우리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남과 북이 제2차 고위급 접촉에 합의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긍정 평가하고 있는 반면 북은 방문 사실 자체는 신속히 보도했던 것과 달리 이들의 남한 행적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북한 언론매체들은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7위의 우수한 성적을 거둔 북한 선수단의 귀환 소식은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고위급 접촉 사실은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는 예측이 쉽지 않다. 잘나가다가 순식간에 얼어붙고, 악화됐다가도 예기치 못한 이번 같은 북한의 돌출행동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던 게 지금까지의 남북관계였다. 비록 실세 3인방의 방한으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하나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돌발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의 방한 직전까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한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난했던 북한이다. 또다시 이를 빌미삼아 북한이 아시안게임 이전으로 남북관계를 되돌릴 개연성은 상존해 있다.

현 단계에선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천아시안게임이 꽉 막혔던 대화와 교류의 장을 열어젖혔듯 체육·문화 등 비정치 분야 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 신뢰를 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화와 교류의 장을 정치·군사 분야로 점진적으로 넓혀나갈 때 보다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같은 것은 추구하고 다른 것은 뒤로 미루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실용적 접근 전략을 취할 때 가능하다.

올 2월 말 현재 7만여명에 이르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대화 분위기가 깨지는 일이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 7만여명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 대기자가 81.3%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산가족 상봉은 한시가 급한 과제다. 지금까지의 단발성 이벤트 형식의 상봉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밝힌 대로 ‘특단의 좀 더 특별한 방안’ 마련이 간절한 시점이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대북조치 해제를 요구하기에 앞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선행조치를 취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은 이런 것이다. 북한 실세 3인방은 인천에 머무는 내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실천과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야말로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북한이 진정성을 보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