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스페인에서 윤활기유 공장을 본격 가동함으로써 고급 윤활기유 최대 시장인 유럽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제조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는 6일 스페인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렙솔’과 함께 스페인 남동부 카르타헤나 지역에 건설한 윤활기유 공장이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윤활기유는 원유 고도화 정제 공정에서 나오는 기름(잔사유)을 처리해 만들어지며 윤활유의 기초 원료다.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하면 자동차, 선박, 산업용 윤활유 완제품이 된다.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은 SK루브리컨츠와 렙솔이 7대 3 지분 비율로 합작회사를 설립해 총 3억3000만 유로(약 4700억원)가 투자됐다. 현지 공장은 고급 윤활유의 원료로 쓰이는 윤활기유를 하루 1만3300배럴(연 63만t)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이에 따라 SK루브리컨츠는 울산, 인도네시아, 스페인 등 3개 공장에서 하루 7만800배럴(연 350만t)의 윤활기유를 생산해 페트로차이나(6만2700배럴)를 제치고 엑손 모빌(12만1300배럴), 셸(9만3000배럴)에 이어 세계 3위의 윤활기유 제조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또 고급 윤활기유 세계시장 점유율 40%에 달하는 1위 기업으로서의 위상도 한층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스페인 윤활기유 합작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이 맺은 결실이다. 글로벌 파트너링은 SK 단독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고 각 분야의 대표 외국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현지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해외 주요 전략지역에 생산기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2011년 안토니오 브루파우 렙솔 회장을 만나 스페인 현지에 고급 윤활기유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한 뒤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최 회장은 2008년에도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인 페르타미나와의 두마이 윤활기유 공장 합작사업을 성공시킨 바 있다.
최 회장의 선제적 투자 전략은 최근 정제마진 축소 및 업황 부진 등으로 정유업계 전반에 불어 닥친 불황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윤활유 및 윤활기유가 중국, 인도, 남미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석유화학 산업의 효자품목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는 원료와 시장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스페인 공장을 교두보 삼아 글로벌 윤활기유 메이저 업체로 더 큰 도약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SK, 세계최대 유럽시장 교두보 구축
입력 2014-10-07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