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함께 운 176일 한국교회 역사로 남기겠습니다

입력 2014-10-07 02:32
진교연 목회자들이 지난 4일 진도 팽목항 자원봉사 부스에서 물품을 정리 중이다. 진도=박재찬 기자
지난 2일 진교연 주최로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진행한 진도씨뮤직페스티벌 모습. 진도=박재찬 기자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이어져 온 한국 교회의 부스(booth·칸막이 공간) 자원 봉사활동이 오는 8일 공식 종료된다. 사고 발생 176일째, 부스 설치 175일 만이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연합봉사단)과 함께 처음 문을 열어 진도군교회연합회(진교연)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팽목항 봉사 부스는 한국교회의 섬김·헌신을 상징하는 대표적 장소로 꼽혀왔다. 사역을 마무리 중인 부스를 지난 4일 찾아가봤다.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 수천 개가 바람에 나부끼는 팽목항에서 육지 쪽으로 200m정도 들어가자 조립식 주택 수십 동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호 사고 수습을 위해 마련된 임시 거처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정면에는 ‘힘내세요! 한국교회가 함께 합니다’ 문구가 쓰인 1t 트럭이 서 있었다. 연합봉사단 측에서 진교연 측에 빌려준 차량이다.

입구 왼쪽으로 ‘진도군교회연합회’ 명패가 걸린 조립식 주택이 보였다. 한국교회 봉사 부스다. “어서 오세요.” 김성욱(51·팽목교회) 목사가 밝은 미소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팽목항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에서 20년째 시무 중인 그는 사고 이후 거의 매일 이곳 부스로 출근하다시피 했다. 김 목사 옆에는 이날 봉사 당번인 조형식(68·접도교회) 전도사도 보였다. “70여개 되는 진교연 소속 교회 중에 형편이 되는 성도들을 중심으로 순번을 정해서 매일 부스를 지키고 있어요.”

진교연은 사고 이튿날부터 팽목항 부두 입구와 진도실내체육관 입구 쪽에 부스를 설치하고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이후 실종자 수가 줄면서 3개월 전쯤 실내체육관 부스는 철거했다. 팽목항에서는 2개월 전쯤 지금의 임시거처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목사는 “24시간 온종일 운영됐던 초창기 3개월 동안에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영양제 주사를 맞지 않은 봉사자가 없을 정도였다”면서 “지금까지 부스를 지키고 있는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부스를 찾는 이들은 잠수부를 비롯해 실종자들의 가족·친지, 자원봉사자, 외부 방문객 등이다. 6.6㎡(2평) 남짓한 부스에는 라면과 생수, 속옷 등 각종 식료품과 생필품 박스 수십 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진교연 측은 부스를 폐쇄하기 전에 실종자 가족이나 진도군, 또는 다른 봉사단체 등에 구호 물품을 기증할지 등을 논의 중이다.

부스 사역을 내려놓게 된 사정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6개월 가까이 장기 봉사를 하면서 교회 성도들의 생계와 목회자들의 사역에 부담이 커졌다. 정치권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타결됐고, 오는 9일부터 진도지역 일대에서 ‘명량대첩 축제’가 펼쳐지는 점도 감안했다. 김 목사는 “부스만 없어지는 것일 뿐 세월호 유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팽목항 부스 사역 종료를 앞두고 진교연은 지난 1∼3일 진도 향토문화회관에서 뜻깊은 행사를 마련했다. ‘기억과 희망,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를 주제로 열린 ‘제7회 진도씨뮤직페스티벌’에서는 안산에서 내려온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진도 실내체육관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 진도군민과 교회 성도 등 1000여명이 참석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피해자 가족들이 무대에 올라와 그동안 묵묵히 자원봉사자로 섬겨 준 진도 군민과 교회, 성도들을 위해 CCM곡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합창할 때에는 눈물바다가 됐다. 진도씨뮤직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전정림(칠전교회) 목사는 “올해 행사를 개최할지 깊이 고민했는데, 참석자들 모두에게 치유와 희망의 씨앗을 심는 자리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진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