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자 압박에도 기업은 ‘버티기’

입력 2014-10-07 02:34

정부가 연일 투자를 독려하며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정부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고 ‘생색내기’ 투자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주요기업 투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16개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윤 장관은 올 1∼9월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이 148억2000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선 사실을 언급하며 기업의 국내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정부가 일대일 전담지원체제를 가동하는 등 기업 입장에서 투자 걸림돌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윤 장관은 삼성전자, LG전자, 한국전력 등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분위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날과 성격이 비슷한 간담회는 최근 3개월 새 3번이나 있었다. 지난 6월 현오석 전 부총리가 30대그룹 사장단을 만났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핫라인 연결 기업인 40명과 간담회를 갖고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정부의 거듭된 구애에 이날 기업들은 성의를 보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16개 기업은 내년 말까지 새롭게 착수할 총 13건, 28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정부에 보고했다. 산업부는 이 금액은 신규 투자만으로 연례적인 시설 유지보수 투자나 신 모델 개발 투자 등은 제외됐으며 기업 내부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안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15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라인 1기 증설 투자를 제외하면 10조원을 겨우 넘는 금액이다. 10대그룹의 대표 계열사가 모두 포함됐다는 점에서 정부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기업들은 매년 발표하던 30대그룹 투자계획도 올해는 건너뛰었다. 정부 관계자는 “언제부터인지 투자에 관해서는 정부가 기업에 확실히 ‘을(乙)의 신세’가 돼버렸다”고 한탄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