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은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 때문에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쓴 채 막을 내렸다. 조직위는 2조2000억원을 투자해 16개 경기장을 건립하거나 수리했지만 정작 문제는 운영 노하우와 세부적인 준비 부족에 있었다.
개막 전부터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개막을 열흘 앞둔 시기부터 메인프레스센터(MPC)에는 각국 취재진이 하나둘씩 짐을 풀기 시작했지만 지원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개회식의 점화자가 배우 이영애라는 사실이 조직위의 실수로 사전에 공개된 것은 내부적으로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증거다. 한류 콘서트로 비판받은 개회식 역시 영상과 음향 등의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회가 시작된 이후 역시 마찬가지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 점화된 성화가 한때 꺼지는가 하면 각종 시설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배드민턴 경기가 열린 인천 계양체육관은 정전사태가 발생해 경기가 한때 중단됐는가 하면 불규칙한 에어컨 작동 때문에 중국과 일본에서 승부 조작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슈 경기가 열린 강화고인돌체육관에서는 발권기가 고장나 입장권 판매가 한동안 지연됐다.
육상 경기가 열리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의 경우 비가 왔을 때 빗물을 빠르게 없애는 빗물제거롤러 같은 간단한 장비조차 갖추지 못해 관리요원이 걸레질하는 모습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주인공인 선수 지원도 낙제점이었다. 대회 초반 선수들에게 지급될 점심 도시락에서 식중독균인 살모넬라균이 발견돼 폐기하기도 했다. 조직위는 급하게 빵과 우유를 제공했지만 일부 선수들은 시간에 쫓겨 굶은 채로 경기를 해야 했다. 또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들 도시락의 경우 유통기한이 경과한 음식이 나오기도 했다.
선수촌 숙소에 냉방시설과 방충망을 설치하지 않아 선수들이 모기에 물리거나 더위로 고통을 겪기도 했다. 또한 침대가 너무 작아 중국의 수영 스타 쑨양 등 남자 선수들은 보조침대를 급하게 마련하기는 일도 있었다.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거치지 못한 조직위 요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곳곳에서 경기 운영에 미숙한 점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선수와 관객들의 동선을 제대로 구분해놓지 않은 탓에 선수들이 경기후 관중들에게 둘러싸이는가 하면 자원봉사자들이 앞다퉈 선수들의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는 일이 허다했다. 국제 대회의 공동취재구역에 대한 이해 부족 탓인지 조직위 요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취재를 방해하는 일까지 여러 차례 나왔다. 특히 조직위가 아랍권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육상 경기조차도 아랍어 통역요원을 아예 배치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수송 부문은 낙제점이었다. 인천 송도부터 강화도까지 경기장을 방방곡곡에 펼쳐놓고도 선수와 취재진의 수송 대책도 철저히 준비하지 못했다.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데다 제때 운행되지도 않았다. 박태환의 경우 셔틀버스가 너무 띄엄띄엄 오는 바람에 경기장에서 선수촌까지 서서 갔는가 하면 아예 셔틀버스가 오지 않자 자신의 매니저 차량을 이용해 쑨양, 하기노 고스케와 함께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이런 수모를 겪게 된 것은 경기장별로 충분한 시나리오를 짜 상황별로 예행연습을 하는 등 ‘세밀한 부분’에 대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대 최악으로 기억될 인천아시안게임의 대회 운영은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앞으로 국내에서 치러질 주요 대회의 운영 주체들이 ‘타산지석’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되돌아 보는 16일] (2) 운영상의 문제점 분석
입력 2014-10-07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