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까지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6일 현재 에볼라 사망자는 3400명을 넘어섰으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감염자가 14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40년간 에볼라는 아프리카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했으나 사망자는 모두 1500여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번 에볼라 창궐에도 WHO가 안이하게 접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구호단체와 유엔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국경없는 의사회(MSF)’의 조앤 리우 국제회장은 WHO가 회원국의 보건 비상사태 지원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3월 에볼라 발병 초기에 MSF 소속 구호요원으로 기니에서 활동한 이탈리아 간호사 마리아노 루글리는 “도대체 WHO는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마거릿 챈 사무총장을 비롯한 WHO 간부들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확산된 것은 1990년대 내전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이 지역 국가들의 보건시스템이 낙후됐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에볼라에 대한 WHO 대응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때와 비교된다고 비판한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인 그로 할렘 브룬틀란 당시 사무총장은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는 한편 중국이 적극적 행동에 나서도록 압력을 가했다.
미 조지타운대 로렌스 고스틴 국제공중보건법 교수는 “보건시스템이 취약하고 국민의 불신이 심한 경우에는 WHO가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예산이 삭감된 것도 적시 대응을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WHO의 연간 지출예산은 20억 달러로 CDC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미국 대형병원 예산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에볼라 공포 확산… 사망자 3400명 돌파 “WHO는 뭐하나” 비판론 대두
입력 2014-10-07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