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영적으로 가난한 사람

입력 2014-10-07 03:52

오늘 본문에 나오는 ‘그’는 본래 구걸하던 자였습니다. 오늘 그는 누구를 만나서 한 끼를 해결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오직 그것이 소망이었습니다. 재수가 좋아 선량한 사람을 만나면 하루가 해결되는 그런 거지였습니다. 그런 거지 앞을 베드로가 지나갑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베드로는 그냥 우연히 지나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보내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거지에게 베드로를 보내신 것이 분명하다면 하나님의 영은 거지에게 베드로의 옷을 입고 찾아가신 것입니다. 본래 거지였던 그가 구걸이라는 슬픈 운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이 된 배경에는 하나님이 보내신 베드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영적으로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영적으로 아무도 돌보지 않던, 버려진 사람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불쌍히 여기셨고 베드로와 같은 부모, 자녀, 친척, 친구, 목회자, 전도자 등 하나님의 사람을 보내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아무도 우리를 영적으로 가난한 사람이라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크리스천, 주님의 자녀, 하나님의 사람으로 신분이 변화됐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우리는 걷지도 못하고 구걸하는 영적 거지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영적으로 가난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누추했던 과거의 신분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의 신분, 지금의 모습, 지금의 영적 상태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영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하는 베드로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에는 한 끼를 구걸하며 그 한 끼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그 사람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파하길 바랍니다. 말씀에 순종한다면 우리의 손은 하나님의 손길이 됩니다.

2014년 우리는 이 나라가 꽤 잘사는 나라인 줄 알았습니다. 어느 정도 상식도 있고 정직이 통용되는 사회인 줄 알았습니다. 국민 수준도 상당한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한국교회의 신앙이 그래도 제법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한순간에 참사가 발생하고 사회질서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역사의 위기 때마다 등대역할을 했던 교회마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절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를 탓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정치인들을, 성도는 지도자를 원망합니다. 심지어 사회 지도자들까지 국민을 탓하려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자기 좋을 대로 자기 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는 ‘영적으로 가난한 자,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라’는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해야 합니다. 순종할 때에만 영적으로 가난했던 우리가 새사람이 돼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향해 한탄만 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를 향해 비난만 쏟아내서도 안 됩니다. 베드로처럼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이 돼야 합니다. 말씀을 붙들고 사랑으로 가정과 이웃, 사회를 변화시키는 크리스천이 됩시다.

허임복 목사(고흥 나로도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