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성장률 뚝 리스크 쑥 휘청대는 中… 신흥국, 그만 배워라

입력 2014-10-07 02:20
수많은 가난한 나라들이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을 벤치마킹하려 하지만 그들에게 중국은 롤 모델이 될 수 없다는 아프리카 출신 경제학자의 고언(苦言)이 나왔다. 중국식 국가주도 자본주의가 효율적이지 못하며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2012년부터 고속 성장을 마감하고 중속 성장 중인 중국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는 실물경기로 인해 전면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성장률 둔화를 무릅쓰고 경제 개혁을 지속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중국 모델 답습은 뒤로 가는 것”=잠비아 태생의 여성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45)는 최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가난한 나라들에 중국은 모델이 아니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많은 신흥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불만에 대응해 중국 모델을 따라하고 있는데 이는 앞이 아닌 뒤로 가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모요는 ‘죽은 원조’ ‘미국이 파산하는 날’ ‘승자독식: 세계 자원전쟁의 승자 중국의 위협’ 등의 저서로 명성을 얻은 소장 학자다.

모요에 따르면 신흥국에서 한 세대가 끝나기 전에 1인당 국민소득이 배로 증가해 의미 있는 빈곤 감소가 이뤄지려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소 7%는 돼야 하는데, 현재 신흥국 대부분은 7%의 절반도 달성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렇게 진전이 더디면 해당 나라의 국민들은 불만을 갖게 되고 지도자들은 보호주의 정책으로 방향을 틀기 십상이다. 특히 중국의 빠른 발전을 가져온 국가통제주의적 정책을 모방하려 애쓴다.

하지만 모요는 “중국의 경제 발전은 분명히 인상적이지만 중국 모델은 다른 신흥국의 추종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자국에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여타 많은 신흥국들과 달리 수출 주도로 성장을 이뤘고, 중국처럼 정부가 궁극적인 경제 조정자인 체제에선 지속 가능한 장기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 모요가 든 이유다.

모요는 또 “중국을 모방한 정책은 단기적으로 고용을 늘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외부효과와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면서 “지금 중국은 막대한 부채 문제와 언제 터질지 모를 부동산 거품, 성장을 둔화시키는 환경오염 같은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흥국 지도자들이 관심을 갖는 국가 주도적 경제 모델은 장기적으로 사회 혼란을 심화시키고 해당국 시장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에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 컨설팅그룹 ‘옥스퍼드 어낼리티카’는 “금융위기 이후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를 중심으로 일부 신흥국들이 국가주도 자본주의 도입을 모색 중이나 신흥국들 간 상이한 입장, 시장주도 자본주의의 높은 장기적 성과 등에 따라 국가주도 자본주의 실험의 증가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레마적 상황에 처한 중국=모요가 신랄하게 비판한 경제 모델을 가동하고 있는 중국의 현재 속사정은 어떨까. 국제경제센터는 중국이 연 성장률 7% 초중반대 중속 성장 구간에 있지만 부동산 시장 위축 등 내수 부진으로 경기하방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올해 성장률이 전망치(7.4%)보다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경제 개혁을 계속 추진해야 하느냐, 아니면 고용창출 등을 위해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실시해야 하느냐는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8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6.9% 줄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올해 중국은 과잉 설비로 인해 제조업 비용이 멕시코나 태국보다 높아졌고 대만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후퇴가 지속되면 국무원이나 중앙정치국 내부의 정책 무게중심이 성장 촉진 쪽으로 옮겨가면서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이나 기준금리 인하 조치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홍콩 시위의 ‘꼬리 리스크’ 가능성도 우려=홍콩 민주화 시위의 꼬리 리스크(tail risk·발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경기와 증시를 뒤흔드는 위험)는 중국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홍콩 시위가 만에 하나 통제불능 사태로 확산될 경우에는 홍콩의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기능과 대(對)중국 자금 채널 기능이 약화되고, 홍콩 내 해외 자산운용사들의 업무에도 지장을 줘 아시아 금융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홍콩 시위가 중국 본토에 잠재해 있는 분리독립 세력과 반(反)정부 세력을 자극해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으며, 중국과 서방 주요국들 사이의 정치 갈등이 심각하게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홍콩 시위의 장기화·격화 여부는 중국 당국의 결정에 달려 있고 어떤 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 당국과 홍콩의 대응, 국제사회의 반응, 주요 금융시장의 지표 변화 등을 면밀하게 지켜보면서 사태 악화 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