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세들 깜짝 방문] 북이 먼저 손내밀었지만… ‘화해무드’ 낙관은 일러

입력 2014-10-06 04:16 수정 2014-10-06 14:28
오랜 기간 꽉 막혔던 남북관계가 조만간 열릴 2차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술술 풀리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북한 실세 대표단이 전격 내려와 고위급 접촉 재개를 제안한 데서 남북관계가 급진전을 이룰 거란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낙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등 관계부처는 5일부터 2차 고위급 접촉 재개 준비에 들어갔다. 전날 북한 대표단은 10월 말이나 11월 초 남측이 원하는 시기에 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 우리 측은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의제 선정을 내주 본격 검토할 계획이다. 지난 2월 1차 고위급 접촉은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이뤄졌다.

2차 고위급 접촉에선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등 남북 현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우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차 접촉 이후에도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됐다. 2차 접촉 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성사되려면 사실 시간이 촉박한 편이다. 이산가족 대다수가 70∼80세 고령자여서 너무 추울 날씨에는 상봉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가장 늦게 열린 시기는 11월 20일이다. 따라서 상봉행사 준비를 감안해 우리 측이 2차 접촉 시기를 이달 중순쯤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민감한 현안인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이 8월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면서 이런 부분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표명 등을 전제한다면 우리 측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다.

이렇게만 되면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민생·환경·문화협력 사업도 논의될 여지가 생긴다. 내년이 광복 70주년인 만큼 남북이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데 이처럼 좋은 명분도 없다. 남북이 작은 부분부터 신뢰를 쌓아나가 큰 진전을 이루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작은 통일론’ 등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도 부합된다.

하지만 북한이 실제 접촉에 들어가서 호응해 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 천안함 폭침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등과 관련해 우리 측이 원하는 ‘필요한 조치’에는 답하지 않으면서 대화가 공전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인권문제로 조성된 외교적 고립 국면을 이번 방남을 통해 희석시킨 만큼 다시금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상대로 외교전을 재개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한 대표단의 남한 방문을 최고 영도자의 결단이자 파격적인 조치라며 남한의 상응한 결단을 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평양에서 민족 화해의 사절들이 내려가 북남관계 개선의 단초가 만들어진 만큼 이제 공은 서울의 청와대에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