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세들 깜짝 방문]“수뇌부 평양 비워도 끄떡없다” 체제안정 과시

입력 2014-10-06 04:20 수정 2014-10-06 14:32

이번 유례없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이다.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 격려를 명분으로 내려온 만큼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고, 최근 불거진 김 제1비서의 건강이상설도 잠재우는 측면이 있다. 또 남측에 관계개선 의지를 적극 피력함으로써 북한 인권 문제로 인한 외교적 고립 국면을 일거에 타개했다는 평가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필두로 ‘실세’ 대표단이 전격 방남하자 김정은의 건재를 대내외에 알리는 의도일 것이란 관측이 가장 먼저 제기됐다. 북한 군부 및 당 핵심 인사가 한꺼번에 3명이나 자리를 비워도 될 만큼 김정은의 권력체제가 안정돼 있다는 방증이어서다. 또 김 제1비서가 체육 분야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체육 강국’임을 대내외에 알려 체제 선전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이 정도가 1차적인 노림수였다면 남북관계 전술적 측면에서 2차 노림수가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이번 방남이 이뤄지기 불과 며칠 전까지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지속했다. 우리 측이 먼저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의했지만 대북전단(삐라) 살포 등을 핑계로 차일피일 답변을 미뤄왔다. 정부 당국자는 “그간 남북회담은 북측이 원하는 시기, 장소를 골라가며 주도권을 잡아왔는데 정부가 접촉을 제의하자 당황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측 제의는 무시하다가 자신들이 다시 접촉을 제의, 대화 주도권을 찾아가겠다는 심산이란 얘기다.

남북 간 대화 재개 국면이 열려 당분간 북한 인권 문제도 쏙 들어가게 됐다. 북한으로선 소기의 성과를 거둔 측면이 있다.

이 당국자는 “황 총정치국장이 내려왔다는 점에선 정부의 대북 관계개선 의지를 정확하게 알아보려는 계산이 엿보인다”고 했다. 박근혜정부가 이전 이명박정부와 정말 다른 건지, 남은 임기 3년간 관계개선 의지가 있는 건지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최측근을 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른 당국자도 “정부가 대화 제의를 하면서 인권 문제를 문제 삼는 등 북한 입장에선 혼란을 느껴 진의가 뭔지 파악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4남북공동선언 7주년 때에 맞춰 방남한 것도 북한이 남측에 선언 이행을 촉구했다는 의미를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다.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