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직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만난 여야 의원들은 5일 “북측이 남북관계를 어떻게든 풀어보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면담은 새누리당이 정부에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여야 당 대표와 대변인 등만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폐회식 현장에 있던 의원들이 합류하면서 인원이 10여명으로 늘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먼저 “남북관계를 대화로 잘 풀어나가자”고 덕담을 건네자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수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어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이산가족 상봉과 문화예술 교류 강화 등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풀자고 제안했고,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문 위원장은 면담일이 10·4남북공동선언 7주년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북측에선 이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0·4정신을 계승하자’는 수준의 반응이 있을 법도 한데 전혀 없어서 의아했다”며 “전반적으로 북측이 김 대표에게 초점을 맞추고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면담에 배석한 인사들은 또 황 총정치국장이 북한에서 확실한 2인자 자리를 굳힌 것 같았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상황 현장 점검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생각했던 것보다 개방적으로 대화를 잘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새정치연합 임수경 의원과 최 비서는 이번 회동에서 25년 만에 깜짝 재회했다.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방북해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했던 임 의원은 당시 북한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 위원장이던 최 비서를 처음 만났다. 최 비서는 “예전에 청년위원장 할 때 만났던 인연이 있다”고 직접 임 의원과의 관계를 소개했다. 임 의원은 안부 인사를 건넸고, 최 비서는 “옛날 모습 그대로”라며 반가움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방문과 이르면 이달 말 남북 간 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北, 남북관계 회복 의지 매우 강했다”
입력 2014-10-06 04:05